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월 이경란(왼쪽 다섯 번째) 교사가 1984년 인천 삼량고 재직시절 가르쳤던 제자들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경란 교사 제공

인천 동양中 이경란 교사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준 것에 대해 칭찬을 받으면 쑥스럽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마음이 부자인 교사로 살 수 있는 데 대한 보답일 뿐입니다.”

교직에 입문한 지난 1984년부터 꾸준히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는 이경란(55) 인천동양중 교사는 8일 장학금 기부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사는 처음 부임한 인천 강화군 삼량고 재직시절부터 가난한 제자의 급식비를 대신 내주고, 수학여행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동료 교사들과 장학회를 만들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도 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웠던 아이가 참가비를 내지 못해 수학여행을 가지 않으려는 줄 알았는데 당일 아침 여행용 가방을 메고 등교했다”며 “아이를 외면할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아이를 대신해 여행비를 내주는 등 소소하게 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3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장학금을 기부한 것 외에도 학생들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좋은 가정환경에서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보다는 사정이 딱한 아이들에게 손길을 한 번 더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관심을 가져주면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해낸다”고 말했다.

그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도 수업시간에 이름을 자주 불러주고 작은 성취에도 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고를 친 아이들의 손을 자주 잡아주고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은 교사가 아이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학교에 왔는데, 공부를 못하거나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 선생님이 이름 한 번 불러주지 않고 인사도 해주지 않는다면 학교 다닐 맛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제자들을 향한 남다른 사랑 때문에 이 교사의 제자들은 졸업한 후에도 꾸준히 선생님과 연락하고 있다. 결혼이나 출산 등 기쁜 소식이 있으면 잊지 않고 이 교사에게 소식을 전한다. 지난 2009년 어느 날 새벽에는 출산한 제자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 교사는 “어머니 없이 중풍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돌보며 힘겹게 지내던 아이가 서른이 넘어 결혼해 첫 아이를 출산한 뒤 제일 먼저 나에게 전화를 했다”며 “친정어머니가 없는 아이에게 친정어머니를 대신해 미역과 배냇저고리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제자들은 가장 힘든 순간에도 잊지 않고 이 교사를 찾는다. 2008년 어느 날에는 소년원 상담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다. 이 교사는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간 제자가 소년원 상담사에게 자신을 가장 믿어주는 어른으로 나를 꼽은 일이 있었다”며 “감동과 함께 책임감도 느꼈던 순간”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교사는 학생이 소년원에서 돌아온 후에도 조용히 돌보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정성이 알려지면서 2013년 스승의 날에는 인천동양중 학생들이 만든 ‘동양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

이 교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사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공부할 때면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뿐 아니라 말투나 옷차림까지 닮기 위해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교사가 된 후에도 과거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들을 잊지 않고 찾는다. 스승 중에서도 중학교 3학년 때 담임교사였던 신정혜 교사를 잊지 못한다고 이 교사는 전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신 교사와 함께 등산을 가고 영화도 보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대한 조언을 듣는다고 했다. 이 교사는 “훌륭한 스승들을 보며 선생님의 꿈을 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남은 교직 생활 동안에도 제자들을 내 자식처럼 아끼는 교사로 지내겠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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