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촬영하거나 블랙박스로 확보한 영상을 이용해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신고하도록 한 제도를 ‘영상매체 공익신고제도’라고 한다. 암행순찰차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전국 각지에서 이 제도는 ‘제2의 암행순찰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사진·영상 매체를 통한 신고는 6만4181건이었으며 제도가 본격 시행된 2013년에는 16만3614건이 접수됐다. 이후 차량 블랙박스와 개인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로 신고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5년 한 해에만 59만7795건이 신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영상매체 공익신고제도를 통해 처벌 가능한 대상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끼어들기 등 과태료 처리가 가능한 사항으로 제한된다. 또 영상에 담긴 차량의 교통법규 위반일시와 장소가 확인 가능해야 하고, 영상에서 차량의 번호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물론 이 제도로 가벼운 위반사항까지 모두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 ‘야박하다’고 호소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지난 7월 B(39) 씨는 우측 깜빡이를 켜지 않고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장면이 다른 운전자의 블랙박스에 찍혀 신고당했다. ‘제차신호조작불이행’으로 과태료 3만 원을 냈다. B 씨는 “내 잘못도 있지만 다른 차량에 불편을 준 것도 아닌데 블랙박스 영상까지 올려 신고하니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미한 위반 사실이라도 영상매체 공익신고가 증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장려할 방침이다. 공익신고제도가 국민들의 교통법규 위반에 경각심을 주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남들 안 보는데 신호 위반 좀 해도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인식이 큰 사고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