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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나랏일이 꼬일 때마다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제도 탓이다” “아니다. 부처 책임자 잘못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다. 그 자리에 앉힌 인사권자 책임이다.”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과 청와대의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는 특별감찰관제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2014년 처음 도입한 제도였다. 청와대 수석 등 측근과 친인척 비리 감시가 목적이었다. 제도 자체가 존폐의 갈림길에 선 상황, 무엇이 문제일까. 태생부터 잘못된 시스템으로 출발해서? 이 감찰관이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위법행위를 해서? 아니, 박 대통령이 애초 배제했어야 할 인물을 임명해서?

물론 비위를 엄단하라면서도 수사권조차 주지 않았으니 제도의 허점은 확실하나 본질은 아니다. 자료 제출 거부와 같이 감히 특감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반란’은 이 감찰관보다 더 힘센 누군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감찰관은 박 대통령이 직접 골랐던 인물이고 보면, 하나는 분명하다. 이 감찰관이 검찰에 박 대통령 동생을 고발하고 총애하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수사 의뢰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분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 흔들기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간언이 대통령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암행어사 마패를 주고, 정당한 임무 수행을 했다고 찍어내는 기막힌 상황에 대한 답으로 이것 외에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순진했던 이 감찰관, 지난해 3월 국회에서 “고위공직자가 수사 의뢰되면 직무를 계속 수행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고 답했다.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 수석의 버티기가 비정상이니 상식으로만 헛된 기대를 한 그의 잘못은 아니다.

민정수석실의 부실 인사검증 논란, 이는 또 뭐가 잘못돼서일까. 진경준 전 검사장, 이철성 경찰청장,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을 둘러싼 의혹은 인사검증 항목 200개 안에 다 들어 있다. 적어도 제도상 걸러내지 못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무관심했거나, 알고도 묵살했거나,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오만함이었다. 이 책임 소재 역시 분명해 보인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결단을 내려 구성했다는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은 또 어떤가. 살아 있는 권력이라고 비껴간다면 별의별 카드로 포장해야 봐야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검찰간부비위전담 특별감찰단 신설도 이미 감찰위원회나 감찰본부 등으로 몇 번의 변태(metamorphosis)과정을 봐왔다는 점에서 무슨 마술쇼로 현혹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최근 영화 ‘플로렌스’에는 음악 사랑은 99%이나, 재능은 1%밖에 없는 주인공 플로렌스 제킨스(메릴 스트리프)가 나온다. 힘 있고, 돈 많고, 천진한 플로렌스의 꿈을 지켜주고자 남편과 지인들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는 장면들, 그저 코미디로서 즐길 수 없는 이유는 기시감 탓이다. 국가통치 리더십에서 낙제점을 받는다면 나라 사랑 마음이 99%에 달한들 무슨 소용인가. 영화는 희극으로 끝나도 되지만, 국가 운영은 비극이다. 영화처럼 클라이맥스 카네기홀 공연이 끝난 뒤에는 내리막길만이 남아 있다. 핸들도, 속도 조절 장치도, 브레이크도 망가진 채 가야 하는 내리막길…. 파국이 걱정된다. jup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