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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폭염 속에 치킨을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고’ 있다.

중국 시장에 도전한 많은 글로벌기업이 실패의 쓴잔을 ‘들이키고’ 시장에서….

언제 열대야가 이어졌느냐는 듯 피부에 닿는 습기 없는 바람이 이른 가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올여름 기록적인 무더위에 냉장고를 거쳐 냉동고까지 잠깐 들렀다 나온 맥주가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됐습니다. 맥주는 한 모금씩 마시기보단 벌컥벌컥 마셔야 제맛인데요. 첫째 인용문의 ‘들이키고’는 ‘들이켜고’로 고쳐야 합니다.

‘들이켜다’는 ‘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 공기나 숨 따위를 몹시 세차게 들이마시다’란 뜻의 동사입니다. 한여름 냉수를 마실 때나, 모처럼 도시를 떠나 찾아간 숲속에서 음이온 가득한 공기를 몸속으로 한껏 끌어들일 때 ‘들이켠다’고 할 수 있지요. 이때 ‘들이∼’는 ‘몹시, 마구, 갑자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들이갈기다(몹시), 들이붓다(마구), 들이닥치다(갑자기) 등의 동사를 파생시켰습니다.

‘들이키다’는 ‘뭔가를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란 뜻의 동사인데요. 복잡한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사람에게 ‘승객들이 다니기 수월하도록 발을 들이키세요’라고 말할 수 있지요.

둘째 인용문은 ‘들이켜고’로 고친다 하더라도 문맥상 어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실패의 쓴잔을 단숨에 마구 마실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여기선 ‘마시고’ 또는‘ 맛보고’ 정도로 고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이제 찬 맥주를 들이켜기보다는 따뜻한 차를 음미하기 좋은 때입니다. 그동안 번잡함 속에 있었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좋고, 더위에 지쳐 모임을 피해 왔다면 그리운 사람들과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눠도 즐거울 테지요. 따로든 같이든 마음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흉이 되지 않는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