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조연현, 서정주, 조병화 등 역대 이사장의 사진이 걸려 있는 서울 목동 문협 사무실에서 “고단한 영혼을 위로하는 문학의 가치는 영원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문예지와 ‘등단장사’에 대해…

―2007년부터 잡지 ‘미네르바’를 운영 중인데, 큰 적자를 보면서도 지속하는 이유는.

“문학을 통해 내가 받은 게 많다. 삶의 어려운 시기도 견뎠다. 그렇다면 내가 문학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발표 지면을 제공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보람을 느낀다. 힘자라는 데까지 문예지 운영을 계속할 것이다.”

―기존 문예지들이 잇달아 폐간되는 반면, 젊은 층의 기호에 맞게 대중문화 트렌드를 반영하는 새 문예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괜찮다고 생각한다. 시대 분위기에 호응해서 그런 변화가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잡지 문화도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고리타분한 구식의 형태를 가진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다양한 잡지들이 제공돼야 한다.”

―기존 문예지 중에는 좋은 것도 많지만 ‘등단 장사’를 하는 곳도 있다.

(신인을 배출하면서 책을 강매하거나, 수준 미달의 작가들로 패거리를 만들어 문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문예출판사의 폐습이 여전히 횡행한다.)

“문단이 그 부분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적 양심에 입각해 신인을 등용해야 한다. 좋은 글을 쓰면서도 숨어 있는 사람들을 용기 있게 발굴해야 한다.”

―그런 폐습은 등단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처럼 책을 낸 후 독자들에게 평가받아 문학인이 되는, 즉 시장에 맡기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유럽 등에선 출판사가 원고를 엄정하게 심사해서 출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그런 전통이 없다. 출판사들이 대부분 영세한 탓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심사해서 내보내는 등단제도가 있다. 언젠가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가겠으나 상당 기간 등단제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용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신춘문예 제도의 경우, 문(文)을 숭상하는 국가의 전통으로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제도로 유지시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