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2000억·野 3000억 주장
내년 예산과 동시 계류 우려

여야가 누리 과정 예산이 포함된 교육 예비비 1000억 원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하느라 총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가 진통을 겪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야는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협상을 진행했지만, 오전까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을 넘기면 추경 심사가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되고, 오는 9월 2일 2017년도 본예산이 국회에 제출되면 추경과 본예산이 국회에 동시 계류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날 오전부터 추경 관련 협상을 재개했다. 최대 쟁점은 교육 관련 예비비 예산 규모다. 야당에서는 우레탄 트랙 등 교육 시설 개선과 누리과정 관련 지방채 상환 재원으로 3000억 원 규모의 예비비 신규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누리과정 예산 추가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교육 시설 개선비 명목 등으로 협상 과정에서 2000억 원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 교육 예비비 신규 편성 자체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출 예산 신규 편성을 위해서는 헌법상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반대 입장을 보이자 2000억 원 수용도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00억 원 규모 예비비 문제 때문에 여야가 다툼을 벌이는 데 대해 2017년도 본예산 심사를 앞두고 여야, 정부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누리과정 예산으로 이번 추경에서 1조9000억 원, 내년 예산에 4조7000억 원이 보태져 교육 예산은 풍성하다”며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야당에서 통 큰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민생예산을 늘리자는 우리의 주장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단 한 푼도 올리지 않은 안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며 “부실 대기업에 수조 원씩 퍼주면서 민생예산 500억 원, 1000억 원 증액에 야박한 정부와 여당을 야당이 모른 척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협상이 진전이 있을 경우 즉각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연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 의원들에게 대기령을 내려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서로의 입장이 강경해 이날은 물론 정기국회가 개원하는 9월 1일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김병채·김다영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