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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면 납량 특집 드라마가 무더위를 식혀주곤 했다. 하지만 살인적 수준의 폭염 앞에서는 그마저도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어쩌면 귀신보다 더 무서웠던 것이 폭염이었고, 가정용 전기 누진세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귀신과 맞서 싸우는 청년들의 사연은 또 다른 유형의 공포였다. tvN 월화미니시리즈 ‘싸우자 귀신아’가 그랬다.

이 드라마는 남자 사람과 여자 귀신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자 사람은 귀신을 볼 줄 아는 기이한 능력의 소유자이고, 여자 귀신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 사람이 귀신 같고 귀신이 사람 같은 상황에서 로맨스가 싹 트고 상처가 치유된다. 사람과 귀신의 로맨스라는 판타지에서 시작하여, 여자 귀신이 실은 5년 동안 코마(coma) 상태에 빠져 있었던 사람이라는 반전을 거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점이 매력적이다.

박봉팔(옥택연)은 어려서부터 귀신 붙은 아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랐다.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뒤부터 귀신을 보게 된 어린 박봉팔은 차갑고 소름끼치는 귀신들 틈에서 외롭게 성장했다. 어릴 때부터 주변에 들끓었던 귀신들에게서 벗어나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고 싶었다. 귀신이 보이는 영안(靈眼)을 떼는 데 필요한 10억 원을 모으기 위해 퇴마 일을 시작한 것도 그래서였다.

어느 날 1000만 원짜리 퇴마 의뢰를 받고 달려갔던 박봉팔은 여고생 귀신 김현지(김소현)를 만나게 된다. 교복 차림의 귀신 김현지는 제사상 한 번 받아본 적이 없고, 심지어 귀신을 무서워할 정도로 사연이 많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교복과 명찰을 단서로 기억을 되찾기 위해 밤마다 여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졸업앨범을 뒤지다가 자신을 위협하는 무서운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퇴마사 박봉팔을 찾았다.

우연치 않게 박봉팔과 입맞춤을 하면서 잃어버린 기억의 단편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낀 김현지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박봉팔의 주변을 맴돈다. 박봉팔은 김현지가 거추장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해서 그녀를 내치지 못한다. 그러다가 김현지가 귀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그녀와 함께 본격적으로 귀신 잡는 일에 나서면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어린 박봉팔에게 씌었던 악귀를 떼어내 주었던 명철스님(김상호)이 김현지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이들의 연애는 난관에 봉착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사건은 수의대 교수 주혜성(권율)이 박봉팔의 주변을 맴돌면서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김현지의 생명을 위협하면서 발생한다. 가정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를 죽이고, 이로 인해 어머니에게 외면받았던 주혜성에게 어린 박봉팔의 몸에서 빠져나온 악귀가 씌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기가 고조된 것이다.

악귀를 퇴치할 수 있는 무구(巫具)를 둘러싼 격투 끝에 모든 사건은 마무리되고 박봉팔과 김현지는 평화를 되찾았다. 이렇게 드라마는 끝이 나고, 여름 내내 공포에 가까웠던 폭염도 지나갔지만 현실은 여전히 힘겹다. 드라마 속의 박봉팔이 살기 위해 귀신과 싸웠던 것처럼, 현실 세계의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여전히 치열하게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박봉팔과 김현지가 상대하는 귀신들의 대부분이 우리 사회의 차별과 폭력의 희생자로 등장했던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