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도박 빠진 20대 수억원 빚진 뒤 결혼 미끼로 원룸 보증금까지 빼가
87차례 7천200만원 빌리고 갚지 않아…빚 부담 여자친구 스스로 목숨 끊어

충북 영동군의 모 금융기관에서 일하던 A(23·여)씨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B(27)씨에게 호감이 생겼다.

준수한 외모에 위트 있는 말솜씨까지 갖춘 B씨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

인근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B씨가 A씨의 직장에 자주 방문하며 만나는 시간이 늘었고, 어느새 둘은 연인 사이가 됐다.

B씨가 관공서 시설을 관리하는 직장까지 얻게 되면서 둘은 서로 결혼까지 약속하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희극으로 끝날 것 같았던 이들의 사랑은 A씨가 2014년 9월부터 불법 인터넷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대면서 비극으로 바뀌었다.

여느 불법 스포츠 도박이 그렇듯 B씨는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랐다.

돈줄이 말랐는데도 도박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B씨에게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A씨는 확실한 ‘돈 줄’이었다. 그는 A씨에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조금씩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A씨는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빌려줬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빚을 갚았기에 수백만원을 꾸어 달라는 B씨의 요구에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B씨의 요구는 점점 커져만 갔다. B씨는 고리의 사채를 사용하면서 A씨에게 “연대보증을 서달라”는 요구도 서슴없이 했다.

카드깡과 같은 편법까지 동원해 돈을 받아가기도 했다. 심지어 A씨가 사는 원룸 보증금과 월급 일부까지 챙겨갔다.

이렇게 가져간 돈은 2014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무려 7천200만원에 달했다.

어느 순간부터 B씨는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않기 시작했고, A씨도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보증을 선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 A씨는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내용을 알아챈 A씨 아버지가 충북 영동경찰서에 딸의 자살 사연을 알리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사기 혐의로 B씨를 구속했다.

B씨는 경찰에서 “형편이 좋아지면 갚을 생각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는 ‘바르게 살겠다, 같이 결혼해서 살자’고 말하는 등 감언이설로 A씨를 속였던 것 같다”며 “A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까지 보냈지만 거듭해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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