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日지식인들 ‘존치 운동’ 집회
市 무상임대 철회뒤 소송까지

일본 오사카(大阪)시 당국의 갑작스러운 임대료 납부 요구로 존폐 위기에 놓인 재일한국인 인권 관련 박물관에 대해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박물관 존치를 위한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 박물관에는 재일한국인·조선인 등 일본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자료 3만여 건이 수집·전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마이니치(每日)신문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사카시 나니와(浪速)구에 위치한 오사카인권박물관(통칭 ‘리버티 오사카’·사진) 앞에서 박물관 존치를 위한 항의 집회가 열렸다. 약 250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 연단에 선 일본의 언론인 아오키 오사무(靑目理) 씨는 “일본 사회에 배타주의, 불관용의 정신이 확산되고 있다”며 “리버티 오사카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사카인권박물관은 지난 1985년 인권문제를 다루는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박물관은 재일한국인·조선인이나 일본 내 피차별 마을, 한센병 등 희소병 환자들의 인권과 관련한 역사적 자료 약 3만 점을 수집 및 전시해 왔다.

박물관 개관 당시 오사카시는 시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그러나 극우 인사로 알려진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유신회(현 일본유신회) 대표가 시장으로 재임하던 2014년 11월 오사카시는 무상 임대 방침을 철회하고 연간 2700만 엔(약 2억9830만 원)의 임대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재원이 부족한 박물관 측은 무상 임대 유지 또는 임대료 감액을 요청했지만, 오사카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지난해 2월 박물관을 상대로 법원에 명도 소송까지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물관 측 변호단 단장 니와 마사오(丹羽雅雄) 변호사는 이날 집회에서 하시모토 전 시장이 “공익성이 없다”며 이 박물관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한 것 등과 관련, “오랫동안 축적해 온 인권 시책에 대해 일개 시장이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독재”라며 “명도 소송은 박물관 폐관을 의도한 것으로, 인권과 평화 문화에 대한 완전한 파괴 행위”라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오사카인권박물관이 학예사를 감원하고 개관일을 줄이면서 현재도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