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씨의 발인식에 참석한 방송인 송해(왼쪽에서 다섯 번째) 씨를 비롯한 후배 희극인들이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떠나는 운구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막둥이’ 구봉서 선생 발인식
“고아원 후원 계속” 유언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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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씨의 발인식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절친한 동료였던 송해 씨를 비롯해 김미화, 김학래, 이홍렬, 김창준 씨 등 후배 희극인 150여 명과 가족, 지인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으나 영정 사진 속 고인은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듯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평생을 코미디에 헌신한 고인에게 바치는 후배들의 마지막 약속은 “남은 사람들이 코미디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송해 씨는 발인식에서 희극인 대표로 애도의 뜻을 전하며 “정계, 재계 등에서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코미디만 바라보고 발전시켜 온 분”이라고 추모했다. 엄용수 한국코미디언협회장은 발인식 참석 후에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후배들의 방송을 일일이 지켜보고 조언해 주시던 훌륭한 모니터 요원이자, 훌륭한 스승이셨다”며 “이제 누가 그 역할을 할지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일생 동안 국민에게 웃음을 선물했던 고인은 조용한 기부 활동으로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1979년부터 37년째 경북 문경의 사회복지법인인 신망애육원을 후원하고 있다. 세상을 등지기 직전 고인이 아내에게 남긴 유언은 “내가 죽더라도 고아원 후원은 끊지 마세요”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유족은 장례기간 중 부의금도 받지 않았다. 평소 베풀기 좋아하던 고인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유족은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이들에게 봉투를 받는 대신 더운 밥 한 그릇을 대접했다. 1926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5년 태평양악극단에서 악사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배삼룡, 곽규석, 이기동, 남철, 남성남 씨등과 함께 1960∼1970년대 한국 코미디 전성기를 이끌며 고단한 삶에 지친 서민들을 위로했다. 은퇴 후에는 종교활동에 전념해 오다 27일 새벽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생전 웃음과 사랑을 전파했던 그에게 허락된 것은 편안한 죽음이었다. 임종을 지킨 유족은 “편히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