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국회 아닌 장외로 나가던 야당의 고질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해체를 앞두고 되살아났다. 국민이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어줌으로써 ‘입법 권력’과 책임을 야당에 부여했는데도 길거리 정치에 나서는 현 상황은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특히, 정치 혁신에 앞장서야 할 더불어민주당 초선(初選) 의원들이 구태 정치에 더 나서는 모습은 야당의 미래는 물론 제20대 국회, 나아가 한국 정치의 미래까지 걱정하게 만든다.

더민주 초선 의원 29명은 25일 청와대 부근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까지 행진하는 등 사실상의 길거리 시위를 벌였다. 개인적 소신에 따라 세월호 조사위 시한 연장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세월호특별법 규정인 만큼 이 문제야말로 국회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다. 국회의원의 길거리 정치 자체도 문제지만, 여소야대에 따른 야당 의원들의 권한과 책무를 생각하면 의원 자격을 의심케 하는 행태다. 오죽하면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국민이 야당에 다수를 만들어준 것은 다수를 가지고 국회 내에서 할 일은 일단 다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겠는가.

박주민 의원은 24일 이석기 내란음모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국회에서 주최했다. ‘통진당 재건’ 지적도 받는 민중연합당 간부들이 참석했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련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뤄 ‘통진당 구명(救命)’ 행사로 비쳤다. 헌재가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에 대해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 즉 종북(從北)으로 결론 내린 만큼 다시 ‘종북 숙주’ 노릇을 하려는 것인지 의심된다. 사드 논란 와중에 중국을 방문하거나, 성주 시위 현장을 찾아가 주민들을 선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기국회가 코 앞이고 국회가 다뤄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야당 초선들이 장외 투쟁과 종북 숙주 경쟁을 벌이라고 국민이 뽑아준 것은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비대위 체제가 당선만 노린 ‘대(對)국민 속임수’였음을 자인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