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필사의 구조 24일 폐허가 된 이탈리아 아마트리체의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생존자가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중부에서 규모 6.2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159명이 숨졌다. AP 연합뉴스

부상 400여명… 희생자 더 늘듯
70명 묵은 호텔 시신 5구만 찾아
여진 200회… 실종 집계도 안돼

아프리카판 지하 이동이 원인
유라시아판 압박하며 강진 불러

이탈리아 중부 지역을 강타한 강진으로 인한 희생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사망자가 최소 159명이며 부상자도 400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구조대가 도착하지 못한 지역이 많아 희생자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진은 아프리카 판이 아드리아해 지역 유라시아판을 압박하며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AP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6분 로마에서 북동쪽으로 100㎞ 떨어진 노르차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이 4㎞로 얕아 500㎞ 범위에서 시민들이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며, 이후 20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인명 피해는 움브리아와 라치오, 레 마르케 등 3개 주가 경계선을 맞댄 산악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라치오 주의 아마트리체와 아쿠몰리, 레 마르케 주의 페스카라 델 트론토의 피해가 컸다. 생존자들은 피해 지역이 “‘단테의 지옥’같이 변했다”며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저녁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59명이며, 최소 368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매몰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혀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 피해 지역은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높았던 탓에 휴가차 찾은 이가 많아 희생자가 많았고 실종자 집계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이재민도 수천 명이 발생했다. 아마트리체의 한 호텔에는 70명이 묵었으나 현재 5구의 시신만 찾은 상태다.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비안케티는 “불행하게도 우리가 꺼내는 90%는 시신”이라고 말했다. 피해 현장을 찾은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장관은 로마 시민들의 별장이 많고, 이탈리아인들이 학기 시작 전 휴가를 보내는 곳이어서 어린이 희생자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 지역에서는 군대와 산악 구조대, 헌병대, 소방대, 적십자 직원, 자원봉사자는 물론 주민들까지 불도저와 삽 등을 동원해 구조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69개 소규모 마을로 이뤄진 아마트리체에 아직 구조대가 도착하지 못한 곳이 많다. 아쿠몰리 인근의 산골 마을 일리카에도 구조대가 오지 않아 주민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폴란드 카토비체대 예르지 자바 교수는 폴란드 P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느리지만 꾸준하게 유럽을 향해 움직이는 아프리카 판의 지하 이동이 이번 지진의 원인”이라며 “아프리카 판은 연간 5㎝의 속도로 북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리카 판의 쐐기 모양 앞부분이 아드리아해 지역의 유라시아판을 압박해 이탈리아의 아페닌 산맥과 같은 이웃 지역들로 파고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축적된 압력이 갑자기 분출되면서 지하에서 암석들을 이동시켜 지진을 촉발시켰다”고 설명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