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지영(왼쪽) LG유플러스 팀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직원들에게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⑤ LG그룹 ‘자율과 창의’

둘째·셋째 수요일 5시 퇴근
‘스마트 워킹데이’ 큰 호응

본사 2층 카페엔 ‘골든벨’
동료들 위해 모든 음료 계산
작지만 따뜻한 릴레이 행진

“직원 행복하면 성과 따라와”
자유로운 문화 조성에 집중

“들이마시고, 후∼ 내쉬고, 다시 들이마시고, 후∼ 내쉬고….”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LG유플러스 본사 지하 2층에 마련된 명상실 ‘비움’에 들어서자 이 회사 직원들이 모여 명상을 하고 있었다. 49㎡ 정도쯤 돼 보이는 공간에 은은한 조명과 잔잔한 명상음악이 마음을 착 가라앉게 했다.

호흡에 몰입했던 직원들이 이번에는 자세를 바꿔 아예 ‘큰 대(大)’자로 누웠다. “졸음이 오면 자도 좋습니다. 편안하게. 오늘 하루 바빴고 스트레스도 많았는데 수고했어. 지금 이 순간 내가 제일 편안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야!” 명상 강사는 참가자들에게 자존감을 불어넣는 말로 명상 참가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그런데 명상을 지도하는 사람은 전문 명상지도자가 아닌 이 회사 즐거운 직장팀의 박지영 팀장이다. 거의 전문강사 수준에 오른 듯했다.

‘마인드 스트레칭’이라고 불리는 이 명상훈련은 직원들이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심신의 건강을 돌보면서 창의력 증진과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새벽반(오전 7시50분∼8시40분, 16명), 점심반(낮 12시∼12시50분, 16명)으로 일주일에 2번 4주에 걸쳐 총 8번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은 때마침 유플러스의 ‘스마트 워킹데이’였다. 스마트 워킹데이는 매월 둘째, 셋째 주 수요일 오후 5시에 퇴근할 수 있는 제도다. 5시쯤 되자 1층 로비 천장에 매달린 대형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고, 곧이어 직원들이 파도처럼 쏟아져 나왔다. 짧은 반바지나 스커트에 티셔츠 차림의 직원들이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이 회사 커뮤니케이션팀 배주형(26) 사원은 “병원에 가야 하거나 급한 용무를 볼 때 반차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개인적인 용무를 볼 수도 있고,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흔히 얘기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 회사가 도입한 유연근무제 중 하나인 시차 출퇴근제도 호응이 높다고 한다.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여직원과 임산부에 우선 적용하고 만족도에 따라 적용 대상을 남성 등 전 직원으로 확대,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제도는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모성보호 강화를 위해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시차출퇴근제는 총 7가지(A∼G 타입)로, 각 근무형태에 따라 출근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운영한다. 예를 들어 A 타입은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B 타입은 오전 7시 30분 출근, 오후 4시 30분 퇴근하는 방식이다. 선택한 근무형태는 매월 변경할 수 있고 최대 6개월까지 적용되며, 자녀가 만 8세 되기 전까지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본사 2층 카페에는 ‘골든벨’이 설치돼 있었다. 골든벨 옆에는 ‘지난 8일 이 회사 FC(Future and Converged) 사업본부장인 최주식 부사장이 33명이 먹은 음료값을 모두 지불했다’는 문구의 푯말이 서 있었다. 김종한 홍보팀 차장은 “작지만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는 릴레이를 이어가며 수평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의 이런 톡톡 튀는 변화들은 지난해 말 권영수 부회장이 부임하면서 나타난 변화들이다. 부임 이후 첫 작업으로 즐거운 직장팀을 신설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박 팀장은 “직원이 행복하면 성과도 따라온다는 말이 있듯이 LG유플러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스스로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미래를 주도할 아이디어를 찾고, 자율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으려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자율’과 ‘창의’의 조직문화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