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국 옆에 자리 잡은 약소국이 강국의 눈치를 보면서 점차 자국의 이익을 양보하게 되는 과정을 국제정치학계에선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고 일컫는다. 20세기에 핀란드가 러시아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 주권의 손상을 입으면서 종속적 자세를 통해 생존했던 역사적 경험을 비유해 이르는 표현이다.

실제로 핀란드화는 냉전 시절이던 1960년대 서독 보수 정치인 프란츠 요제프 스트라우스 등이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을, 소련의 눈치를 보는 핀란드에 빗대 비판하면서 일반화됐다.

핀란드는 1948년 소련과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맺으면서 사실상 소련의 그늘하에 들어갔다. 핀란드는 이후 소련의 정책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았고, 소련 붕괴 이후에도 후신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왔다. 핀란드화가 약소국의 종속이라는 의미가 강하다는 것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서방이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며 비판적이라는 데서도 드러난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