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연 ‘…개선과제’ 보고서

탑재장치 많고 2인 이상 탑승…
한국 임시운행규정 까다로워

기술수준 1년 이상 뒤떨어져
규제프리존 특별법 통과돼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 기술, 관련 법·제도 정비 등이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 가운데 현행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규제가 너무 많아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선진국과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자율주행차 법제도 현안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자동차·정보기술(IT) 업체들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규정이 까다로워 기술개발과 연구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유럽, 미국, 일본 등에 1년 이상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최근 자율주행차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자 경쟁적으로 관련법 제정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일반 운전 면허증을 소지한 운전자가 탑승해 자율주행 표시가 된 자동차 번호판을 등록만 하면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경우 자율주행차 규제를 완화해 안전운전 관리자 없는 자율주행차도 시험운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는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 대상 자율주행차를 판매할 근거 법안까지 만들고 있을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월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허가요건이 까다롭다.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려면 고장감지장치, 경고장치, 운행기록장치 등을 탑재해야 하고 임시운행 시 운전자를 포함한 2인 이상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 가령 우리나라는 조향핸들과 같은 운전석 조종장치의 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해 운행기록장치 탑재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조향핸들 없이 버튼으로 작동하는 구글 버블카 같은 자율주행차는 우리나라 일반도로에서 달릴 수 없다.

강소라 한경연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개발 과정에서 실제 도로 위의 실증 실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시험·연구할 수 있도록 허가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며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 제·개정이 어렵다면 지난 5월 발의된 규제 프리존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통해 이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의 전략 산업을 지정해 업종·입지 등 핵심 규제를 풀어주고 필요한 재정·세제, 금융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자율주행차 산업은 대구 지역의 전략산업으로 지정돼 있다.

강 연구원은 “국내외 자율주행차 개발회사들이 우리나라를 주요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와 함께 정부가 화성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케이시티) 구축을 좀 더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