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별감찰관 제도’ 도입 이후 첫 번째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감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지난달 이 특별감찰관이 박근령 씨와 박 씨의 지인 1명 등 2명을 사기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달 21일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냈고 이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됐다.

현행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감찰 대상자는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죄 행위가 명백해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고발을 한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사기액수 5억 원 이상에 적용되는 특경법상 사기 혐의가 아닌 형법상 사기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의 사기혐의 액수는 약 1억 원”이라며 “권력형 비리가 아닌 단순 개인형 비리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달 박 전 이사장을 특별감찰관실 사무실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특별감찰관실에 진정을 내 박 전 이사장이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해자 등을 상대로 사건 정황을 추가로 조사하고 나서 박 전 이사장을 불러 해명을 들은 뒤 형사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박 전 이사장은 육영재단 주차장 임대 계약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이사장은 2011년 9월 최모 씨 등과 함께 ‘주차장을 임대할 테니 계약금을 달라’며 피해자 A씨 등으로부터 7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한 달 뒤 육영재단 소송과 관련해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며 추가 계약금으로 2300만 원을 더 받았지만 주차장 임대는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 18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수사의뢰했는데 수사의뢰는 고발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다. 애초 우 수석 사건이 특별감찰관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첫 고발·수사의뢰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박 전 이사장 사건이 특별감찰관이 처리한 첫 사건으로 남게 됐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