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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검찰은 준(準)사법기관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업무 수행에서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특별검사제가 이용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검찰 인사가 대통령에 의해 좌우된다는 데 있다.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했으나 그 효과 또한 충분치 않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항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찰 수사의 경우 이들에 대한 대통령의 의사가 직·간접으로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과연 검찰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 활로(活路)를 찾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현직 간부들의 비리로 인해 검찰에 대한 신뢰가 크게 실추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우 수석과 이 감찰관에 대한 수사는 이들의 장래를 결정하게 될 뿐 아니라, 검찰의 장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론(正論)을 말하자면, 검찰은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지 말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해야 하며,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으면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게 간단치 않다. 대통령의 의중에 맞는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엔 아무리 검찰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 결과라고 주장하더라도 국민이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온갖 추측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검찰이 이러한 딜레마에 처하게 된 것은 그동안(특히 청와대와 관련된 사안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수사의 밀행성(密行性) 원칙으로 인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도 크다. 수사 보안 또는 증거 확보 등과 관련해 밀행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공개수사가 필요다.

첫째, 수사의 진행 과정을 비밀로 하는 것은 범죄 혐의 등이 공표될 경우 관련 당사자의 인권에 심각한 침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 수석이나 이 감찰관 사건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은 사실이 공개됐을 뿐 아니라, 이들의 공인(公人)으로서의 지위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사의 밀행성은 수사의 진행에 대한 보안의 유지 및 증거의 인멸 등을 피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도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검찰이 내사(內査)를 통해 수사를 진행했던 것도 아니고, 충분한 논란 끝에 공개적으로 검찰에 수사가 의뢰된 상황이므로 수사의 비밀 유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많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셋째, 오히려 수사의 진행 경과를 공개함으로써 외압의 유무를 보다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외압의 상당 부분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개수사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돼야 하며, 그러한 수사의 진행과 결과가 서로 맞아떨어짐으로써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국민은 검찰 수사에 대해, 나아가 내우외환(內憂外患) 검찰에 대한 불신을 털고 새로운 신뢰를 쌓아 갈 것이며, 국가의 법치와 민주주의도 바로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