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뢰프로세스’서 이동
北 체제붕괴 가능성에 무게 둬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북한 내부의 심각한 균열 조짐과 체제 동요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청와대 안팎에선 점차 분명해지는 박 대통령의 통일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레짐체인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 “틀린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관은 그간 남북 간 화해와 협력, 이에 따른 상호 신뢰를 통해 통일을 이룬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는 상당히 변화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의 한 유력 인사는 23일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 체제 동요 가능성’ 발언을 통해 남한이 나서서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것은 아니어도 북한 정권 내부 사정이 머지않아 붕괴할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붕괴에 따른 통일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는 듯하다”고 밝혔다.

다른 고위 인사도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 간부들을 향해 ‘통일이 되더라도 당신들은 안전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점도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근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등을 포함한 다양한 탈북 인사들의 정보를 접한 뒤 북한 정권이 붕괴 위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탈북 정보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통일관을 읽을 만한 여권의 고위 인사들 역시 “대통령이 ‘통일이 10리 길이면 이미 8·9리쯤 도달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조금 더 압박하면 김정은 체제 붕괴에 따른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고 전하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이 북핵 위기로 인해 어려워진 상황에서 체제 붕괴에 따른 통일론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이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