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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실화에 빨려 들어간다. 극적인 이야기에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의 명연기가 더해져 재미와 감동이 배가된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플로렌스’(감독 스티븐 프리어스)는 음치 소프라노로 유명한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의 불꽃 같은 삶을 그렸다.

186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난 젱킨스는 피아노 신동으로 불리며 음대 진학을 꿈꿨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한 후 16세 연상의 의사와 결혼한다. 남편에게 매독이 옮은 그는 그 후유증으로 왼쪽 손을 못 쓰게 되면서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다. 부모가 모두 사망한 후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그는 성악가가 되기 위해 나선다.

이 영화는 32년간 성악가로 활동하며 5장의 음반을 발표한 젱킨스가 레슨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의 첫 무대를 보여주며 큰 웃음을 전한다. 젱킨스(메릴 스트리프)는 음악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지녔지만 사소한 문제가 있다. 바로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 젱킨스의 남편이자 매니저인 베이필드(휴 그랜트)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피아니스트 맥문(사이먼 헬버그)을 영입해 아내의 연습을 돕는다. 첫 레슨 때 젱킨스의 독특한 고음을 확인하고 웃음을 참지 못했던 맥문은 돈의 유혹에 빠져 그의 공연 반주자로 나서고, 젱킨스는 카네기홀 공연을 추진한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지닌 메릴 스트리프는 음정이 불안하고 박자를 놓치지만 맑고 영롱한 고음을 내는 젱킨스의 목소리를 재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의 이런 노력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유쾌한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스트리프가 부르는 오페라 ‘밤의 여왕’의 아리아와 ‘종의 노래’ 등은 실제 젱킨스의 음색과 흡사하다. 영화 초반 그의 노래를 들으면 인상을 쓰며 웃게 된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중독성 있는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휴 그랜트도 바람둥이지만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냈으며 사이먼 헬버그는 특유의 표정 연기로 참았던 웃음을 터지게 만든다. 세 배우가 펼치는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1940년대 뉴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작진은 당시 뉴욕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영국 리버풀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리츠칼튼 호텔, 카네기홀 등도 그대로 재현해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