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감독에게 듣는 ‘서울·광주·부산비엔날레의 정수’

2016년 가을은 비엔날레의 계절이다. 격년으로 열리는 국제미술전인 미디어시티서울(9월 1일~11월 20일)과 광주비엔날레(9월 2일~11월 6일), 부산비엔날레(9월 3일~11월 30일)가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과 광주, 부산에서 일제히 열린다. 각 미술전에는 100명 안팎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해 규모도 크지만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품들도 다수 만날 수 있어 세계 현대미술의 동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예술감독들로부터 이번 가을 열리는 3대 미술전의 감상포인트를 직접 들어보았다. 아울러 방문 일정별 동선 등 비엔날레 관람 팁(Tip)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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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인 ‘네리리키르르하라라’는 일본 시인의 한 구절에서 빌려온 단어로 상상 속 화성인의 말을 의미한다. 즉 네리리키르르하라라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언어 또 ‘미지의 것’으로 남아있는 과거 또는 현재의 언어다. 전시를 기획하며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미래를 보는 것이 가능한가가 주 관심사였고, 그 결과 제목도 그렇게 정했다. 또 24개국 61명의 참여작가의 작품도 그 같은 주제에 맞춰 선정됐다.

특히 재미교포 3세 작가인 크리스틴 선 킴이나 영국 출신 로런스 렉의 작품은 눈여겨볼 만하다. 소리를 시각이나 촉각으로 바꿔서 표현하는 미디어아티스트로 선천적 청각장애자인 선 킴은 장애의 경험을 빌려 현대미술이 놓친 부분은 없을까 고민해보는 작업을 선보인다. 로런스 렉의 ‘시바의 길(2072년 서울)’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의 역사와 건축을 하나의 장소 특정적 가상세계로 표현한 작업으로, 2072년으로 순간 이동해, 어떤 알 수 없는 전쟁 이후 폐허로 남겨진 미래의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여행하는 허구의 게임이다. 한편 여성작가와 제3세계 작가의 작품이 다수 선보이는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뿐만 아니라 남서울생활미술관, 북서울미술관등에서도 전시프로그램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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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기후대로 이뤄진 지구에서 우리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얘기하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예술의 도구화, 상업 예술 시장의 팽창 등 예술 제반 조건에 대한 우려가 증폭하는 시점에서 예술을 무대의 중앙에 놓기 위한 것이다. 예술이라는 매체로 동시대 현안인 환경과 노동, 인권, 권력 등의 정치 및 사회 현상을 조망하고 예술의 역할을 모색하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발견한 오래된 건축물을 주요 소재로 삼은 박인선 작가의 ‘뿌리’는 지난 시대 가치를 돌이켜보는 작품으로 개발이 만능인 시대의 현실에 주목한다. 1987년 시위 당시 전경이 쏜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이한열 열사와 최루탄으로 목숨을 잃은 터키 아이들의 이미지를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선보인 아흐메트 우트의 1분 분량 영상작도 예술의 역할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 공간이 외부로 확장되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두암 2동 누리봄 커뮤니티센터, 광주 북구 일곡동 한새봉 두레 등 8곳에서 2016광주비엔날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7개국 12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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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국 121명의 작가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Project 1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성행했던 한·중·일 아시아 3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조명한다. 고려제강 공장을 개조한 F1963(Factory 1963년의 줄임말로 공장설립 연도를 의미)에서 열리는 Project 2는 1990년대 이후의 현대미술작품을 전시한다.

두 전시는 다른 시간과 공간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 기저에는 공통분모가 깔려 있다. 즉 대중-다중-인공지능, 자연-인류-비인류가 공존하고 대립하는, 혼혈하는 지구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션샤오민의 대형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카타리나 지버딩의 영상작품들은 ‘혼혈하는 지구’와 맞닿아 있다. 이벨리세 과르디아 페라구티의 퍼포먼스도 흥미롭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F1963을 관심있게 봐주길 바란다. 전시장 가운데의 ‘중정’은 다양한 공연, 세미나 등이 진행되는 공간이며 카페를 비롯한 관람객 편의 시설들도 들어선다. 그리고 나머지 약 6612㎡(2000평)의 공간이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부산비엔날레가 끝난 후에도 부산 문화에 생기를 불어 넣어줄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