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축사서 수차례 언급
“야권은 ‘과거’설명해야”지적

정치권의 ‘건국절 공방’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건국에 대한 인식을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비화한 이유는 이들 정부에서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 시점으로 간주했음을 보여주는 전례들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야권이 최근의 논리대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의 역사인식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과거’를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건국 시점에 대한 인식은 그들의 광복절 축사에서 수차례 확인됐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취임 원년이었던 1998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제2의 건국 운동’은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제1의 건국 시점으로 놓고 새로운 재도약을 추진한 것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광복절 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50년사는 우리에게 영광과 오욕이 함께했던 파란의 시기”라고 평가하고 “우리는 ‘제2의 건국’을 추진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1948년 건국 이후 50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제2의 건국’을 추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노 전 대통령도 재임 중 광복절 축사를 통해 “58년 전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되고 3년 후에는 민주공화국을 세웠다”(2003년), “62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본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됐다. 그리고 3년 뒤 이날, 나라를 건설했다”(2007년)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모두 1948년 건국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18일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같은 단어도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조금 다른 것”이라며 김·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 두 분 대통령이 건국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두 분 모두 ‘1948년이 대한민국 원년’이라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분명히 안 된다는 부정적인 얘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