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5월 28일 진행된 ‘할매·할배의 날 맞이 화분 만들기’ 행사에서 대구 동일초등학교 소속 조희경(가운데) 선생님과 학생들이 화분을 만든 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일초교 제공

대구 동일초교 ‘사제어울림’

“선생님과 친구들은 한 반이 아니라 한 가족 같아요.”

대구 동일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서지원(12) 양은 한 달에 한 번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이 늘 기다려진다. 그날만큼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훌훌 벗어던지고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체험 활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초등학교는 지난해 12월부터 ‘사제동행어울림’이라는 동아리를 조직해 운영해오고 있다. 지도교사 1명과 학생 20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된 이 동아리는 사제간의 신뢰를 높여 따뜻한 학교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목표 아래, ‘독서 발표회’, ‘친환경 물품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아리 명칭을 ‘사제동행어울림’이라고 지은 것은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들이 함께 어울려 정을 나누자는 뜻을 담았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사제동행어울림 동아리는 지난 8개월 동안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는데 그중에서도 서 양의 머릿속에 가장 뚜렷하게 새겨진 활동은 바로 올해 5월에 진행된 ‘할매·할배의 날 맞이 화분 만들기’ 행사다. 경상북도는 2014년 10월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제동행어울림 동아리는 이에 착안해 올해 5월 28일 학교 운동장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선물할 화분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서 양을 비롯한 동아리 소속 학생들은 선생님이 미리 준비한 아이비 등 여러 종류의 식물을 직접 화분에 옮겨 심었다. 처음 화분을 만들어본 탓에 손길은 다소 서툴렀지만, 학생들 모두 선물을 받고 기뻐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학생들은 이렇게 완성한 화분을 들고 직접 인근 경로당을 찾았다. 귀한 손님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여 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웃음으로 학생들을 맞았다.

이윽고 한바탕 잔치가 시작됐다. 할아버지·할머니와 아이들은 미리 준비한 간식을 함께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흥이 오르자 곳곳에서 노랫소리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서 양은 “내가 만든 화분을 선물 받은 뒤 행복해하던 할머니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며 “친구들과 종종 우리가 만든 화분이 잘 자라고 있는지, 할머니들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 지도교사인 조희경(51) 선생님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부쩍 성장한 모습을 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지난 8개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니 정이 많이 쌓였는데 이 같은 유대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찬영(12) 군은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졌다”며 “하지만 벌써 내년이 되면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그때가 돼도 지금처럼 자주 만나고 연락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사제동행어울림 동아리는 이 밖에도 올해 1월에는 대명동 유기견·유기묘 보호소 봉사활동을 다녀오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렀으며 2월에는 아프리카 지역 신생아들의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학교에서 ‘모자 뜨기’ 행사를 진행했다. 또 4월에는 ‘앞산길 걷기’, 6월에는 ‘근대역사 박물관 길 걷기’, 7월에는 ‘선크림 등 친환경 물품 만들기’ 행사를 각각 진행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