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1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세금환급 소송사기 의혹
허 사장 피의자신분 소환
국세청 금품로비도 조사

허 “신동빈 지시 없었다”

롯데그룹 경영 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1일 오전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계열사 현직 사장 가운데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에 이어 두 번째 피의자 신분의 소환조사다. 지난 6월 10일 대대적인 압수 수색 후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가 두 달을 넘어선 가운데 허 사장에 대한 조사 결과와 신병 처리 여부가 롯데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를 상대로 한 270억 원대 소송 사기와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허 사장은 이날 오전 9시 20분쯤 “검찰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갔다. 다만 신동빈(61) 그룹 회장의 지시 여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허 사장은 롯데케미칼이 과거 부과된 법인세 등을 부당하게 돌려받는 과정에 깊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재하지 않는 1512억 원의 유형 자산이 롯데케미칼에 존재하는 것처럼 속여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70억 원을 돌려받았다. 검찰은 허 사장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사기의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지시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된 만큼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허 사장은 세무조사를 무마할 목적으로 국세청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제공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허 사장을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한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허 사장에 대한 조사가 전체 검찰 수사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계열사의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한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케미칼 관련 의혹까지 입증되지 않을 경우 전체 수사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허 사장에 대한 조사는 정책본부의 황각규(61) 운영실장(사장)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황 실장도 롯데케미칼 출신으로 롯데그룹 경영 비리에 상당 부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열사→정책본부→신동빈 회장으로 이어지는 수사 흐름에서 허 사장에 대한 조사를 기점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강현구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상황에서 허 사장의 신병 확보 여부도 향후 수사 동력과 직결돼 검찰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