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건수 4년새 2배로 늘어
性문화 개방·황혼 커플 원인
혼인 신고 미루고 동거 많아
증거 있어야 재산보호 가능

성 문화 개방으로 인한 동거커플 증가 등으로 혼인 신고를 미루고 ‘사실혼’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각종 법적 분쟁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실혼 관계로 지내는 커플 중 상당수가 사실혼을 입증하지 못해 추후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 문제 등에서 분쟁에 시달리면서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배우 겸 가수 박유천(30)의 동생이자 연기자로 활동 중인 박유환(25) 역시 사실혼 파기로 피소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되고 있다. 특히 20∼30대와 70대 이상에서 이 같은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사실혼 관련 상담은 2011년 209건, 2012년 235건, 2013년 238건, 2014년 215건, 2015년 184건으로 5년간 꾸준히 200건 내외를 기록 중이다. 상담소 관계자는 “젊은 부부가 확신이 없고 구속받기 싫을 때, 중장년 부부가 재혼은 했지만 책임지기 싫을 때, 노년 부부가 복잡한 재산관계와 자녀들 반대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룬 경우가 사실혼 해소 상담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나중에 있을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사실혼과 동거를 명확히 구분한 뒤 공동생활을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동거가 아닌, 서로 혼인 의사가 있다는 사실혼 상태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양측이 헤어졌을 때 위자료나 재산 분할 등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 의사의 합치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사실혼 인정 여부를 판단 받을 수 있는 ‘사실상 혼인관계 존부 확인’ 소송은 2010년 55건, 2011년 63건, 2012년 76건, 2013년 77건, 2014년 103건을 기록해 4년 새 약 두 배로 증가했다. 서로의 관계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만큼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려는 법정 다툼도 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실혼 전문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며 광고하는 로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박신호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상대방 어머니를 시어머니 또는 장모님이라고 부르는 것, 지인들에게 곧 결혼할 것이라고 소개하는 것, 생활비를 같이 쓰는 것 등과 같이 혼인 의사를 갖고 함께 생활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사실혼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결혼식은 올렸지만, 혼인신고는 미루는 경우 사실혼임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실혼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동거와 사실혼을 구분하지 못하고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혼 입증을 위한 객관적 증거를 엄격히 요구하는 만큼 서로 사실혼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관계를 명확히 해야 추후 법정 다툼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