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시인은… 정신적 염결성 추구, 고전적 품격 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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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시인에게 그의 이력에 대해 상세히 물었다. 그 결과, 그의 생애를 기록한 책자와 인터넷 정보에 일부 오류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예컨대, 어느 자료엔 동국대 대학원을 나온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론 고려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는 것 등이다.

1926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 어른들로부터 배운 한학의 교양을 평생 지니고 살았다. 21세에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입선해 등단을 했는데, 그때 뽑힌 작품 ‘문’은 전통과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흰 벽에는 -／어련히 해 들 적마다 나뭇가지가 그림자 되어 떠오를 뿐이었다／그러한 정밀이 천 년이나 머물렀다 한다.…’ 이 작품을 뽑은 이는 당시 경향신문 주필이었던 정지용 시인. 그는 등단작을 통해 한국 시문학의 거봉인 지용과도 연을 맺은 셈이다.

20대 문사였던 그는 ‘서양 것’을 공부하고 싶어서 1947년 고려대 영문과에 편입했다. 이후 대구공고 교사와 경북대 강사를 거쳐서 고려대 교수로 1992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그는 영문학자로서 우리나라에 영미시(英美詩)와 시론(詩論), 특히 이미지즘(imagism)을 소개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 이론가로서, 영문학자로서 다수의 시론집과 영문학 저서를 펴냈으나, 시작(詩作)은 활발하지 못했다. 대학 교단에서 물러날 때까지 ‘성탄제’(1969), ‘하회에서’(1977), ‘황사현상’(1986)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냈을 정도로 과작을 했다. 퇴임 후 시작을 활발히 해 ‘해가 많이 짧아졌다’(2004), ‘해거름 이삭줍기’(2008), ‘그것들’(2011) 등 세 권의 시집을 내는 성과를 이뤘다. 2013년엔 선집 ‘솔개’를 펴냈다.

현대문학 연구자들은 정신적 염결성(廉潔性)을 추구하는 그의 시가 명징한 이미지와 고전적 품격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이미지스트로서의 감각과 유가적(儒家的) 정신성의 조화. 이런 평가를 인정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웃었다. “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제26대(1988∼1989)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으며, 1993년부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월문학상(1978), 인촌상(1996), 은관문화훈장(1998), 이육사문학상(2005), 고산문학상(2005), 청마문학상(2007), 만해대상(2009), 이설주문학상(2011) 등을 받았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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