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관리 방안’ 입수
“문제제기 있어 투명성 높이려”
미술계 “폭력 행위” 강력 반발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공립 미술관의 전시 계획, 작품 구입에 외부 전문가 참여’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술계 인사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문화일보가 입수한 권익위의 ‘미술품 및 문화재 전시회 등 운영관리 투명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전시회 운영 관련 전문가 풀(서양화·한국화·조소 등 12개 분야 20여 명씩 총 300명)을 구성해 이 전문가 풀이 전시 작품 및 작가 선정 심사를 하도록 돼 있다. 또 작품 구입 전문가 풀도 구성해 작품 구입을 심사토록 했다. 전문가 풀은 평론가, 작가, 대학교수, 미술교사, 감정사 등으로 구성된다.

권익위는 추진 배경에 대해 국공립 미술관·박물관이 주최하는 전시회 운영과정과 미술관·박물관 소장품 구입 및 심사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미술품·문화재 전시회, 작품 구입, 보관관리 등 운영관리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문서는 지난 5월 만들어져 권익위가 국공립 미술관에 의견조회 작업을 하는 중이다. 아직 검토단계에 있고, 시행 여부는 미지수지만 미술계 일각에선 ‘행정만능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개선 방안이고 전문가 풀이 과연 ‘대표성’을 지닐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전시 계획, 진행과 작품 구입을 공개하고 외부에 맡기라는 것인데, 권익위가 문화예술분야 기관의 전문성에 대해 폭력을 가하는 것과 같다”며 “작품 수집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과 맥락을 가지고 진행되는 미술사 서술작업이라는 점에서 권익위안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조은정 평론가는 “국공립 미술관·박물관은 개별 전시에 대해 각각 자문위를 한시적으로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며 “이미 나름의 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외부 개입을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작품의 수준이 미흡해 전시에 참여할 수 없는 작가 중 일부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원에 환자가 오면 외부 의사들을 불러들여 진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권익위 개선 방안은 미술관·박물관 전문직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안으로 외부 인사를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임시계약직으로 돼 있는 국공립 미술관·박물관의 학예직을 정규직화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국민의 문화적 권익을 위해 권장할 사안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