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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열 연세대 교수·경영학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를 향한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주도로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 칭화유니그룹이 국영 반도체 기업 우한신신(XMC) 지분의 과반을 인수했다. 합병 전 칭화유니가 추진 중이던 120억 달러 규모, XMC가 추진 중이던 24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 계획대로 완성되면 40조 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반도체 공룡의 탄생이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지난해 칭화유니는 반도체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미국의 세계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과 전 세계 톱 5 낸드 플래시 업체 샌디스크 인수를 시도했으나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 의회·정부의 견제로 실패했다. 또한, 지난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종합 대책을 수립해 반도체 산업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에 나서 2020년까지는 펀드 조성액이 1200억 달러(13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업체들이 뒤처진 D램 미세공정, 3D 낸드 플래시 기술 등을 만회하기 위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두 업체의 인수 또는 지분 참여 등의 전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지만 기술력의 한계로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화웨이, 샤오미 등 전자업체의 약진으로, 중국은 2014년 3358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56.6%를 소비한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에서의 자급률은 아직 미미하다. 덕분에 지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의 반도체 단일 품목 중국 수출액은 601억 달러(68조 원)에 달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이다. 조선·철강·디스플레이 등의 산업에서 이미 우리를 추월했거나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한 중국이다. 아직 유독 반도체에서만큼은 격차를 쉽게 줄이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의 최근 행보는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한국 업체들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우리가 비교적 짧은 시일에 일본을 추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선두 자리를 2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뿐 아니라 우수한 인재(人材)들이 유입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수 인재의 배출이 현저히 줄고 있다. 최근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에서 배출되는 석·박사는 40여 명 수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가 대기업의 주력 산업으로 업계의 투자도 활발하다는 이유로 반도체 관련 R&D 지원을 줄인 탓이다. 우수 인재 부족으로 반도체 산업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달리지 않을지 우려된다. 정부도 최근 반도체 산업 관련 R&D에 대한 지원을 다시 늘리기로 한다니 기대된다.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의 핵심 인력 빼가기에 대응해 인력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들은 원천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중국 업체들이 쉽게 넘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무인 자동차, 로봇 등과 같은 미래 산업과의 협력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뒤져 있던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의 4~5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학계의 인재 양성, 기업의 R&D가 지금보다 더 유기적인 협력 속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