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28일 합헌 결정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변형된 김영란법)은 많은 문제점과 논란을 방치한 채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게 됐다. 정치권 스스로도 인정하는 입법 오류들을 걸러내기 위한 개정안들이 이미 발의됐지만 현재의 국회 역량으로 볼 때 조속한 시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패 척결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당초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했던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취지와 대상이 크게 왜곡·희석되면서 부작용을 더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특히, 단기적으로 공직자의 복지부동을 심화시켜 국가 효율을 훼손할 수 있다. 또, 민간 언론 영역을 포괄적으로 법적 규제에 포함시킴으로써, 그러잖아도 언론 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고전 중인 ‘양질의 언론’을 위축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공직자 등’으로 포괄한 조항, 배우자 신고의무 및 불고지죄 조항, 식사·선물·경조사비 기준의 시행령 위임 조항, 부정청탁 개념 조항 등 4대 쟁점 모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적잖이 이례적이다. 우선, ‘여론 재판’을 닮아 오류로 남을 가능성까지 짚인다. 헌재 결정문은 ‘교육계와 언론계에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 수수 관행이 오랫동안 만연해왔고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국민 인식 등’을 명시했다. 헌법재판의 근거로 여론조사를 적시한다면 과연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더욱이 지난해 3월 3일 국회 의결에 앞서 여야가 “문제가 많지만 여론에 밀려 통과시키게 됐다”며 담합한 사실에 비춰서도 헌재는 그런 ‘포퓰리즘 입법’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했어야 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명제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적용 대상 기관이 4만 개에 이르고 배우자까지 포함돼 사실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실정법이 ‘윤리와 도덕의 최대한’을 요구하는 셈이다. 언론계 일각에 문제가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자정(自淨) 기능이 작동하고, 실제로 개선돼 가는 추세를 묵살한 것은 더 큰 문제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명실상부한 ‘공직 반(反)부패법’으로 되돌리기 위해 국회와 정부는 3대 맹점(盲點)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첫째, 원안과 정부안의 법명(法名)에까지 있었지만 제19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증발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복원해야 한다. 각국의 공직 반부패법의 핵심은 이해충돌 방지로서, 현행 공직자윤리법도 일부 도입하고 있다. 국회가 작심하고 들어내지 않았던들 소속기관 등의 가족 채용이나 계약 체결 제한, 민·관 유착과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 등을 막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둘째,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정당, 시민단체와 함께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서 열외시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셋째, 헌재는 결정문에서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소지는 있다”면서도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을 예상하고, 이를 근거로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할 수 없다”고 밝혀 언론·표현의 자유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가능하게 하는 ‘제1 자유·권리’임을 상대적으로 소홀히했다. 1791년 발효된 미국 헌법 수정 제1조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배우자 조항, 식사·선물·경조사비의 죄형법정주의 위배 논란 또한 보완 입법 과정에서 재정립돼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그 취지가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세부 사항이 잘못되면 더 큰 혼란을 부르거나 교각살우(矯角殺牛)를 자초할 수도 있다. 언론인과 교육자는 물론 대다수 국민의 일상생활이 합법과 불법 사이를 위태로이 오갈 상황과 경제적 파장 등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보완 논의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국회는 계류 중인 4개 개정법안이라도 조속히 심의·입법하고, 정부도 ‘시행’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