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금로 특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 陳 9억대 금품수수 구속기소

최대장애물 공소시효 만료에
특임팀 ‘포괄일죄’ 적용 묘수

김정주 , 등기 이사직 물러나
“평생 잘못 지고 살아가겠다”

29일 진경준(49) 검사장이 지난 3월 25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시세차익으로 130억 원대 ‘주식 대박’ 논란을 일으킨 지 4개월 만에 구속 기소됐다. 이날 검찰은 법무부에 그를 해임해 달라는 징계를 청구했다. 차관급인 검사장 해임 방침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산공개 직후 언론은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내부 정보를 통해 샀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시만 해도 그와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48) NXC 회장이 대학 동기란 사실 외에 내부 정보 등의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검찰 내에선 뇌물죄 공소시효(10년)가 지나 수사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특임검사팀이 구속 기소하기까지 맞닥뜨린 최대 장애물도 바로 공소시효였다. 김 회장이 그의 해외여행 경비를 대줬다는 사실이 포착되며 특임검사팀은 10년치의 뇌물을 묶어 ‘포괄일죄’ 법리를 적용하는 묘수를 찾아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이날 종결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최성환)가 바통을 이어받아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넥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임검사팀에 파견됐던 특수3부는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넥슨과 그 지주회사 NXC를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김 회장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드러난 진 검사장의 행태는 ‘목불인견’이었다. 11차례 여행경비 5000만 원가량을 김 회장에게 대납시켰는데 이 중 8차례는 아예 진 검사장의 가족 여행경비를 김 회장이 부담했다. 진 검사장은 여행경비, 제네시스 차량, 주식 매입 자금 등을 받은 대가로 법률 자문을 해 주거나 넥슨 관련 사건 내용을 알아봐 줬다. 진 검사장은 처남의 청소용역 회사를 위해 수사 대상 기업이었던 한진 측에 접촉을 시도했다. 진 검사장의 수차례 거짓말 행태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과정에서 그는 주식매입 자금 4억2500만 원의 출처를 두고 본인 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가 “장모한테서 빌렸다”로, 다시 “넥슨에서 빌렸다가 갚았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김 회장에게 “내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게 맞느냐”고 계속 졸라대 장모와 친모의 계좌로 4억2500만 원을 전부 돌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은 이날 넥슨 등기이사직 사임을 발표하며 “평생 이번의 잘못을 지고 살아가겠다”고 사과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