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合憲’ 이후 각계 목소리

공직자 자녀 취업청탁금지 등
‘이해충돌 방지’ 복원시켜야
국회의원 민원예외도 엄격히

“셀프구제로 정당성 훼손” 비판
與野 모두 개정안 요구 잇따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위헌 논란은 일단락을 짓게 됐다. 내수 위축과 과잉 입법에 대한 우려, 법 집행이 몰고 올 파장과 부작용 등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김영란법이 가져올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170여 개국 중 10년째 40위 안팎에 머물러 있고, ‘주식 대박 진경준 검사장’ 사건 같은 공직사회 비리가 연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공직 부패를 뿌리 뽑자는 법의 취지에 동참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거센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제3자 민원을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서 예외를 인정한 것 등을 놓고 사회 각계에서는 29일 ‘셀프 구제’ 혹은 ‘면죄부 발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대 국회의 첫 임무로 제대로 된 김영란법을 법 시행 전에 내놓으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이 반쪽짜리 법안으로 비판받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회의원 등의 자녀·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 충돌 방지’ 부분이 국회 초안 심사 과정에서 통째로 잘려나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법의 정당성을 훼손한 만큼 후속입법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둘째,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을 부정청탁의 예외로 둔 조항이다. 비록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규정한 ‘고충민원’만 해당된다고 되어 있지만 고충민원에 대한 법 해석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으로 판단할 소지가 큰 만큼 그 내용을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 일각에서도 개정안을 요구하거나 준비하는 의견이 속속 제기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정당한 입법활동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등도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개정안 공동발의에 참여할 의원 서명을 받고 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