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법제처에 조정 요청
황교안 총리에 양해 구했다”

정부 부처 내에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공식적인 이의제기 신청이 나왔다. 28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 결정과 상관없이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법제처의 정부 입법정책협의회에 김영란법 시행령 내용을 조정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며 “이는 김영란법에 관계가 있는 정부 부처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28일 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부처 수장들이 나서 국민권익위원회와 입법부가 발의·통과시킨 법률에 대해 이의제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법제처 심의에 들어간 법률에 대해 이견이 있다며 조정 요청하는 것은 ‘부처 간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신청 자체가 드물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농촌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인 데다, 법의 위헌 여부와 별도로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추진하는 것이기에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따로 양해를 구했다”며 “황 총리도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또 “각 부처 수장들이 나서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법제처에 이의제기하는 것이 입법부에 대한 반발로 비칠 수 있지만 농축산인과 어업인, 소상공인의 생존이 달린 문제여서 마지막까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권익위가 제출한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해 ‘원안 수용’ 결정을 내렸다. 당시 농식품부 등은 김영란법 시행령상의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하’로 명시된 허용기준액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며 이를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절차상 법제처의 심의가 김영란법의 자구를 수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법제처는 법률 심사 과정에서 부처 간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 조정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최대 30일간 심사할 수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