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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국세청의 조세 원칙이다. 열심히 일해서 소득을 올리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내는 것이야말로 애국 중의 애국이리라. 그런데 고액의 소득을 올리면서 악질적으로 세금을 체납하는 극소수의 사람이 있다.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저지르는 편법과 위법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OCN 금토드라마 ‘38사기동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드라마 제목의 숫자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38조에서 따온 것이다.

이야기는 악질적으로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시청 세금징수과 공무원들의 애환으로 시작한다. 교묘한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 세금을 체납하고도 오히려 시민의 권리를 운운하며 법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려는 공무원들을 조롱하는 악질 체납자의 파렴치한 모습이 기가 막힐 뿐이다. 고액의 세금을 상습적으로 체납하고도 떵떵거릴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부패한 권력과 결탁돼 있기 때문이다. 체납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정당하게 법집행을 하던 세무공무원들이 오히려 억울한 누명을 쓰고 파면되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도 그래서이다. 급기야 자살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원시청 세금징수3과 과장 백성일(마동석)이 그랬다. 그는 악질적으로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자들의 파렴치한 행동 때문에 성실하게 일하던 부하 직원 천성희(최수영)가 위험에 처하자 울분을 참지 못한다. 그리고 사기를 쳐서 체납 세금을 받아주겠다는 사기꾼 양정도(서인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나 몰라라 하는 고액 세금 체납자들을 상대로 전면전에 나선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세금, 이거 하나는 공평하게 내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는 백성일과 함께 악질 세금 체납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양정도는 사기가 일상이고 일상이 사기인 타고난 사기꾼이다. ‘세금 징수 사기팀’을 구성한 양정도는 고액 세금 체납자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다. 사기를 쳐서 받아낸 60억 원대의 돈이 체납된 세금 납부에 쓰이는 상황이 통쾌하게 전개되는가 하면, 500억 원대의 돈을 놓고 양정도가 백성일에게 사기 치는 반전이 긴박감을 자아낸다. 이 과정에서 백성일을 돕기 위한 것인 줄 알았던 양정도의 사기 행각이 사실은 부모님을 희생시킨 악덕 세금 체납자에게 복수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나면서 흥미를 더한다.

우여곡절 끝에 화해한 양정도와 백성일이 세금 행정을 농락하는 전 우향그룹 대표 최철우(이호재)를 상대로 한 1000억 원대의 체납 세금 징수를 위한 사기 행각이 끝까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게다가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양정도 일당의 사기 공작 설계와 실행 과정을 교차시킨 장면 연출 덕분에 매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도 만만치 않다.

“끝까지 사기 쳐서 반드시 징수한다”는 ‘38사기동대’의 활약은 어찌 보면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상황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상습적으로 세금을 체납하면서도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파렴치한 체납자들이 응징당하는 모습은 상당히 통쾌하다. 하지만 아무리 악질적인 세금 체납자를 응징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사기는 사기일 뿐이다. 사기를 쳐서라도 체납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백성일 과장의 좌충우돌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세태가 씁쓸하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