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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호흡법

얼마 전 독일 정신과의사협회는 의식적으로 깊게 호흡을 하면 즉각 심리적, 육체적인 반응을 일으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하버드대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이 올바른 호흡과 명상을 일정 기간 하면 심장병 입원율이 87%, 암 입원율이 57%, 신경계통 입원율이 88%나 떨어진다고 한다. 호흡은 모든 생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주교님, 지난 회에 호흡은 단순히 숨을 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호흡은 우리의 육체와 무한한 우주 공간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끈입니다. 심호흡은 존재의 중심으로, 현재 우리가 의식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의식으로 들어가는 통로입니다. 숨을 들이쉬면서 우주 공간의 한 부분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고, 숨을 내쉬면서 몸 안의 한 부분을 우주 공간의 한쪽으로 배출하는 것입니다. 우주의 생명력을 들이마셔서 몸 안의 구석구석까지, 특히 병들고 아픈 부위로 보낸다는 느낌을 가져 보세요. 그리고 날숨을 통해 몸 안의 나쁜 기운과 병든 마음의 찌꺼기도 함께 내보낸다고 느껴 보세요.”

―호흡을 하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호기법(呼氣法)이 있습니다. 먼저 코로 숨을 깊이 들이쉽니다. 그리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입으로 힘차게 숨을 내뿜어줍니다. 서너 번 정도 반복합니다. 다음에는 코로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세 번으로 나누어 입으로 내뿜어 봅니다. 이 역시 서너 번 반복합니다. 폐 속에 있는 탁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서입니다. 일종의 폐 청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상 시 호흡에서 들이마실 때는 코로, 내쉴 때는 입으로 하나요.

“명상을 할 때는 코로만 숨을 쉬어야 합니다. 명상할 때뿐만 아니라 보통 숨을 쉴 때도 반드시 코로만 숨을 쉬어야 합니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 속에는 각종 먼지와 세균들이 들어 있어서 코로 숨을 쉬어야 코털이나 코의 점액 등이 이것들을 걸러내기 때문입니다.”

―심호흡은 훈련이 필요할까요.

“매일 잠깐이라도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에 정신을 온통 코끝에 집중해 보십시오. 코끝을 바라보며 ‘하나’ 하고 세며 숨을 깊게 들이마십니다. 잠깐 멈춘 다음 이번에는 코끝을 바라보며 ‘하나’ 하고 세며 숨을 길게 내쉽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배를 볼록하게 앞으로 내밀고, 숨을 내쉴 때는 배를 안으로 밀어 넣어 홀쭉하게 만듭니다. 들이마시는 숨보다 내쉬는 숨은 가능하면 길게 합니다. 마음속의 불안이나 어떤 응어리를 함께 내보내어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기보다는 2분, 5분, 10분, 나중에는 한 시간 정도로 점점 늘려가 보십시오.”

―가만히 앉아 호흡만 하다 보면 잡념에 빠지거나 졸음이 와서 힘이 듭니다.

“심호흡을 할 때는 모든 생각을 멈추고 온전히 호흡에만 의식을 집중해야 합니다. 마음이 호흡에서 벗어나 방황하고 있으면 그것을 느끼는 순간 곧 호흡으로 돌아오십시오. 이것을 보통 ‘마음챙김’(止·지, mindfullness)이라고 하는데 초보자는 쉽지 않지요. 심호흡 도중에 어떤 소리가 들린다든지, 몸이 가려움을 느낀다고 할지라도 저항하지 말고 호흡으로 돌아오세요. 스물, 열아홉, 열여덟 하고 세어 내려가면서 하나까지 천천히 세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아, 편안하다, 편안하다…, 마음의 평화…’하고 말한 다음 ‘입정(入定)’ 혹은 ‘옴 샨티(Om Shanti)’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어 봅니다. ‘옴 샨티’는 ‘나는 평화로운 영혼’이라는 뜻입니다.”

―지난 회에 심호흡과 ‘만트라’(반복해서 마음으로, 혹은 소리 내 하는 말이나 음)를 함께 하면 지혜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고 하셨는데요.

“이런 간단한 심호흡과 ‘만트라’만으로 우리는 무한한 위로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09년 7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 성공회 총회의 주제는 우분투(Ubuntu)였습니다. ‘나는 네 안에, 너는 내 안에’라는 뜻입니다. 나는 명상을 하면서 심호흡 가운데 ‘우분투’라는 말을 되뇌어 보았습니다. 당시에 ‘나’라는 것은 거대하고 신비한 우주의식(cosmic consciousness)이,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이 엄청난 존재가 이 시공간(時空間)에 잠시 존재케 했다가 다시 그 뿌리로 데려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다른 모든 존재와 함께 말이죠. 이때 나는 영혼의 깊은 차원을 어렴풋이 경험했는데, 명상이 주는 하나의 기쁨입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바람소리·꽃향기… 무엇이든 하나에 집중하기

◇명상실습 네 번째

“명상하는 장소에 있는 무엇이든지 하나를 집중하여 바라봅니다. 촛불이든,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새로운 느낌을 가지고 바라봅니다. 소리를 들어도 좋습니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어떤 소리라도 좋습니다. 주위에 들리는 소리가 별로 없으면 엄지손가락으로 귀를 막아보십시오. 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그 소리를 집중하여 들어보십시오. 새로운 느낌으로 들어야 합니다. 아로마 등 집중하여 냄새를 맡아보아도 좋습니다. 과거에 경험했던 숲 속의 꽃향기를 맡거나, 새소리 혹은 바람소리를 듣거나, 흘러가는 시냇물 등을 바라보아도 좋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명상에서 호흡할 때는 생각을 멈추고 호흡에만 의식을 집중해야 한다. 딴생각을 하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호흡으로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 사진은 명상하는 사람.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