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에 적용된 에어캡 시스템은 지붕을 열고 다닐 때 차 안으로 들어오는 난기류를 줄이고 실내 보온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 국내 수입차 시장서 돌풍

벤츠, 세계 첫 ‘에어캡 시스템’
난기류 막아주고 보온 효과도
태양열 차단으로 쾌적한 실내

롤스로이스, 6겹의 소프트 톱
소음없이 지붕 여닫을수 있어
재규어, 안전성 높인 하부구조

요즘 수입차 업계의 새로운 화두는 오픈카다. 유난히 더운 여름, 이런 스타일의 차량이 시선을 사로잡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출시 계획, 판매량을 보면 이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의 후속 주자로 오픈카가 낙점될 조짐은 여러 차례 나타났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오픈카 유행의 전조는 지난해 말 페라리 488 스파이더, 아우디 TT 로드스터 출시 때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오픈카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겨울철에 뚜껑 없는 차가 두 종류나 출시된 상황이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 것도 잠시, 올해 상반기에는 미니(MINI) 컨버터블, 람보르기니 우라칸 LP 610-4 스파이더, 롤스로이스 던, 재규어 F타입 컨버터블 브리티시 디자인 에디션이 나왔고 하반기에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벤츠 S클래스 카브리올레 등이 줄줄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출시 차종만 다양해진 게 아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오픈카라고 하면 뚜껑이 열리는 데 온통 정신을 빼앗기던 시절이 있었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요즘에는 그 이름부터 새삼 재조명받고 있다. 콩글리시인 오픈카 대신 2도어 4인승의 가장 기본적 형태의 컨버터블(Convertible)은 물론, 카브리올레(Cabriolet), 로드스터(Roadster), 스파이더(Spider) 등 태생에 따른 명칭이 각인되는 식이다.

‘접이식의 포장을 갖춘 차’를 뜻하는 카브리올레의 경우 벤츠, BMW, 포르쉐 등 유럽 브랜드가 컨버터블 대신 사용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주로 2인승 오픈카의 원형을 의미하는 로드스터는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할 때 오픈카 라인업에 등장하곤 한다. 스파이더는 로드스터의 이탈리아 버전으로 그 모습이 마치 거미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기술과 가격에서 다양성을 지향하는 점도 눈에 띈다. 오픈카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냉난방 시스템에서 세계 최초로 에어캡이라는 보온 시스템을 선보이고 이 분야 강자로 군림하는 벤츠가 대표적이다. 지붕 대신 모자를 씌운 듯 바람막이 기능을 하는 드라우트-스톱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해 보온뿐 아니라 난기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시속 160㎞ 이상 고속 주행에서도 외부 소음을 최소화해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 앞뒤 좌석 승객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벤츠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앞좌석 헤드 레스트 송풍구의 각도를 위아래 36도까지 조절하면서 바람을 공급하는 에어스카프, 버튼 하나로 루프의 투명도를 조절해 태양열을 차단하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 파노라믹 배리오-루프도 차량 내부를 쾌적하게 만든다.

세심한 편의 사항도 돋보인다. 벤츠는 워셔액이 실내로 들어오거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와이퍼에 결합된 분사구에서 작동 방향에 맞춰 워셔액이 직접 분무되도록 매직비전컨트롤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트가 자외선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까지 고려해 가죽에 열을 반사해내는 코팅을 입힌 태양열 반사 가죽도 벤츠 오픈카의 특징이다. 4억4900만 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던은 저소음에 초점을 맞췄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컨버터블을 만들기 위해 소프트 톱을 6겹으로 제작해 풍절음을 최소화했고 시속 50㎞의 속도로 달리는 중에도 소음 없이 지붕 개폐가 가능하도록 했다.

안전성 확보를 향한 업체의 경쟁도 뜨겁다. 대부분 업체는 거의 모든 오픈카에 센서를 달아 전복을 감지하면 알루미늄 바가 1초 이내에 튀어나와 탑승객을 보호하는 롤-오버 바 시스템(Roll-over bar system)을 장착하고 있다. 이밖에 컨버터블의 단점으로 꼽히는 약한 차체 강성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재규어 랜드로버 관계자는 “차량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에는 A필러를 강화하고 새로운 차체 하부 구조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오픈카의 다양성은 가격을 낮추는 데도 한몫했다. 지난해 출시된 2016년형 피아트 500C는 2790만 원으로 2000만 원대 소형 오픈카 시대를 열었다. BMW그룹의 뉴 미니 컨버터블은 4190만~4860만 원으로 여전히 국산 중형차에 비하면 1000만 원 이상 더 비싸지만 5000만 원 이하로 드림카를 구할 수 있다는 데 인기가 상당하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시장성은 어떨까. 결론은 유례없는 호황이다. BMW코리아가 4월 초 출시한 3세대 미니 컨버터블은 두 달 만에 100여 대가 팔려 화제를 모았고 재규어 F 타입 컨버터블은 올해 1∼6월 판매량 5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우디 TT 로드스터 역시 지난해 1∼6월 판매량이 7대에 그쳤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22대나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서서히 오픈카 대중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국산차 업체 역시 오픈카 시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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