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휘부, geo 시리즈, 31×46㎝, 플라스틱 위에 유화, 2015

우리의 삶은 비움과 채움의 줄다리기다. 평범한 사람들은 철저한 무욕의 삶이나 욕망으로 점철된 삶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결국 무욕과 욕망의 균형추를 맞추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예술에서는 배제 본능과 구축 본능으로 이를 표현한다. 배제 본능은 불필요한 것을 없애려는 심리다. 깨끗한 옷이나 얼굴에 무언가 묻었을 때 지워버려야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구축 본능은 비어 있는 곳에 무언가를 채우려는 마음이다. 텅 빈 방에 가구나 집기를 들여놓아야 안심이 되는 심정이다. 이를 추상 기법으로 표현해온 재미 작가 김휘부의 작품이다. 그는 백지 상태의 화면에 선이나 면, 색채로 추상화를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회화의 깊이를 만든다.

표현과 절제의 조절을 통해 조화로운 화면에 도달하는 작업이다. 삶의 무욕과 욕망 사이에 놓인 회화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솔직하게 그려낸 심리 회화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