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리우 출전금지 판단 여부
종목별 국제연맹에 떠넘기자
USA투데이 “영혼을 팔았다”
세계반도핑기구 “실망스럽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4일(한국시간) 도핑 스캔들에 휩싸인 러시아 선수단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여부를 종목별 국제연맹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8 베이징, 2012 런던올림픽 도핑 샘플 재검사 등 도핑과의 전쟁을 약속했던 IOC가 결국 도핑을 묵인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IOC가 러시아의 리우올림픽 출전 금지 판단을 종목별 국제연맹에 떠넘기면서 러시아는 한숨 돌리게 됐다. 러시아 대표팀의 국제대회(올림픽 포함)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린 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국제역도연맹(IWF)뿐이다. 국제조정연맹(FISA)은 지난 21일 2011년 이후의 러시아 조정 선수 도핑 샘플을 전부 재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혀, 조사 결과에 따라 출전 금지 징계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제연맹은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올림픽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기에 러시아를 제재하기엔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IOC가 책임을 회피하며 사실상 러시아의 손을 들어준 건 러시아 전체 선수단의 출전을 금지할 경우 전반적인 올림픽 경기력 저하, 그리고 흥행 저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미국, 중국과 함께 3대 스포츠 강국으로 분류되며 각 종목에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특히 리듬체조는 세계랭킹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러시아 선수이기에 러시아를 제외하곤 대회를 치를 수 없다.

외신은 일제히 IOC의 무책임을 비난했다. USA투데이는 25일 “IOC가 영혼을 팔았다”며 “도핑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들이 개막식에 참석하고, 경기에 참여하며, 시상식에 오르게 됐다”고 꼬집었다. BBC는 “이번 러시아 도핑 사태와 관련, IOC의 리더십은 실망스러웠으며 올림픽을 앞두고 혼란만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월드 스타들도 IOC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보유자인 영국의 폴라 래드클리프는 “도핑 등 부정한 방법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이 지켜져야 하지만, IOC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림픽에 4차례 출전해 금메달 4개를 획득한 조정의 전설 매튜 핀센트(영국)는 “IOC가 (도핑을 근절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꽁무니를 뺐다”고 밝혔다.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요구했던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크레이그 리디 회장은 “IOC가 우리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이번 도핑 파문은 ‘클린 스포츠’를 위협하는 심각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