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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본사·페덱스 물류센터
공격적으로 사들여 가치 높여

평소 풍수지리에 관심 많아
을지로 사옥, 조선때 주전소터
氣흐름 고려해 책상·의자 배치

“금융은 수출 산업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박현주(그림) 미래에셋 회장의 철학이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과 해외에 물건을 팔아 이익을 보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통 큰 베팅’을 했던 박 회장은 실제로 올해 해외 부동산에만 1조 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그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건드리는 부동산마다 큰 수익을 내면서 ‘부동산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도 붙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올해 미국 시애틀 중심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 사옥과 미국 6개 도시에 있는 페덱스 물류센터를 각각 2900억 원과 5100억 원을 주고 인수했다. 올 상반기까지 해외 부동산 투자액만 1조2900억 원에 이른다.

2013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포시즌호텔’을 시작으로 지난해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 오키드호텔’,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등을 사들였다. 또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도 미래에셋이 520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박 회장은 “중국의 여권 소지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되면 이들은 환경이 좋은 호주나 하와이 등으로 몰려들게 될 것”이라고 호텔 투자 확대 배경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미래에셋은 2006년 중국 상하이 푸둥 ‘미래에셋상해타워’(왼쪽 사진)를 시작으로 지난달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가운데), 하와이 ‘페어몬트 오키드호텔’ 등 건물들을 사들이며 해외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투자 성과도 드러나고 있다. 2006년 총 26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에 위치한 ‘미래에셋상해타워’다.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미래에셋상해타워를 산다고 했을 때 내부 직원은 모험이라며 반대했다”며 “박 회장의 끊임없는 설득 끝에 결국 건물을 샀고, 박 회장의 역발상은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 연기금 등에선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부르며 이 건물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풍수지리’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 계열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은 조선 시대 동전을 만들던 주전소가 있던 곳이다. 시전(市廛)이 발달해 오래전부터 상거래가 활발하던 곳으로 꼽힌다. 돈이 쌓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집무실에도 박 회장의 풍수 경영이 배어 있다. 센터원 꼭대기인 36층에 자리 잡은 집무실의 책상과 의자, 탁자 등의 위치는 ‘기(氣)’의 흐름을 고려해 배치했다는 게 미래에셋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과거 겨울에만 사옥 터를 보러 다녔다고 한다. 꽃과 잎이 지는 겨울에야 지리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에게도 아픈 과거는 있다. 2007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사이트 펀드를 출시했지만, 이듬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큰 손실을 봐야 했다. 중국에 지나치게 많이 투자했다는 논란 속에 투자금은 반 토막 나기도 했다.

박 회장은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임직원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의 물꼬를 튼 박 회장이 조직 통합에서도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