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탐닉 검찰’은 법치주의 파괴자

이미지 크게보기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구속에까지 이른 차관급 현직 한 검사장이 연루된 비리(非理)는 최근의 전직 부장판사·부장검사들의 비리 사건과 함께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뿌리를 흔드는 사례들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법치주의를 기초로 하는데, 특히 검사장 같은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는 법치주의를 좌절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직자들의 비리는 법치주의가 제공하는 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 밝혀진 현직 검사장의 비리는 근래에 일어났던 일련의 ‘스폰서 검사’ 사건들을 상기시킨다. 최첨단 산업 기업까지도 뒷배 봐주는 고관(高官)의 도움을 받아 사업에 성공하고 기업의 스폰서를 받는 고관은 치부에 성공할 뿐 아니라, 승진이나 도약을 위한 로비 자금을 뿌릴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서로 연루돼 잘 나가던 이야기들은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기여함’을 내걸고 여러 나라에 우리가 성공했다고 자랑하면서 한 수 가르치겠다고 해 온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노하우’를 한낱 우스개로 만든다.

세계를 이끌며 잘나가는 나라에서는 특권층에 있는 사람들이 솔선수범하며 이른바 ‘흑수저’들에게 영감과 리더십을 보여준다. 특권에는 이에 걸맞는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따르지 않는 특권은 혁명을 부른다. 최근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그 특권에 따른 국민의 기대에 그들의 행태가 너무나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권적 지위와 권한 및 명예를 누리고 있는 검찰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금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에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의 직접적 위협에까지 노출돼 있는 가운데 사드 배치로 국론 분열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특권층은 더욱 그러하다. 솔선수범은 고사하고 특권을 이용해 비리까지 탐닉하고 있다니….

원래 내년이면 끝나게 되는 사법시험제도(사시)가 개천에서 용 나게 하는 기제로 치켜세워졌었다. ‘스폰서 검사’, 전직 부장판사·부장검사, 이번의 현직 검사장들 모두 명문대 출신인 데다 잘나가는 사시 출신들이다. 사시 출신이라고 다 검찰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검찰은 ‘엘리트’들로 구성돼 있다고 자랑해 왔다. 그런데 그 좋은 머리가 겨우 특권적 지위에 오르며 비위(非違)로 치부하는 데 쓰였다는 건 신분 상승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에게 과연 어떤 교훈을 주었으며, 나라에 무슨 희망을 주었는가.

법무부가 검찰청의 외청이라 할 만큼 검찰이 오히려 법무부를 주도해 법무부는 검찰에 대한 감독 기능을 못 하고 있다. 검사로 보직되는 민정수석을 통해 청와대도 검찰에 대한 감독 기능을 잃고 있음도 이번 사건에서 드러나고 있다. 과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를 제안해 왔으나, 이는 암행어사를 내려보내고 그를 믿지 못해 그 암행어사에 대한 암행어사를 뒤따라 보냄과 같다. 특검 제도의 발동이나 상시화도, 국회의 국정조사권의 발동도 생각해 볼 만하다. 하지만 이 여론몰이의 처방이 효율적일지는 의문이다.

기본은, 이 같은 옥상옥(屋上屋)의 제도가 아니라 학벌·인맥·로비 및 (대통령직인수직 등의) 논공행상이나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청렴결백(淸廉潔白)하고 소신 있는 인재를 널리 양성·발굴해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과감히 발탁 채용하는, 특히 검사장 같은 정부 고위직 인사 체제의 혁신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반짝하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자질이 문제다.

문화일보

문화일보

‘특권 탐닉 검찰’은 법치주의 파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