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렉스 크로스가 ‘블랙 라이브스 매터’란 이름으로 커피를 주문한 후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 美인권운동 스타벅스서 확산

시민들 닉네임 대신 구호 등록
매장에서 커피 등 내줄때 불러
일부 직원은 호명 거부하기도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흑인 총격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활용한 독창적 캠페인 방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 버즈피드 등 외신들은 최근 미국에서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흑인 인권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의 고객명을 ‘블랙 라이브스 매터’로 바꾸어 등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벅스에서는 고객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선불식 충전카드를 이용해 주문할 경우 제품을 내어줄 때 등록된 고객명을 호명하는데, 이 점에 착안해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커피 전문점에서 직원들이 “블랙 라이브스 매터”를 외치도록 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사진가 렉스 크로스(33)가 처음 고안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스는 지난 7일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이 같은 방식을 이용해 주문한 뒤 자신의 경험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객명을 바꾸자 바리스타가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블랙 라이브스 매터’를 외쳤다”며 ‘blacklivesmatter’란 글귀가 쓰인 커피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이후 크로스의 글은 페이스북에서 4만7000회 이상 공유됐고 5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좋아요’ 호응을 받았다.

버즈피드와 인터뷰를 한 크로스는 “이 아이디어의 영감을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서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어머니의 날’을 맞아 스타벅스 고객명을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인 ‘리즈’로 바꾼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음료가 나올 때 어머니의 이름이 호명되는 걸 듣고 싶어서였다. 이후 이번 흑인 인권운동이 확산되면서 그는 당시의 경험을 떠올렸고 같은 방법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크로스는 “한 명이라도 더 ‘블랙 라이브스 매터’를 외치고, 몇 명이라도 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이 흑백 인종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스타벅스의 몇몇 지점 직원은 ‘블랙 라이브스 매터’를 외치길 거부하는 경우도 생겼다. 현지 매체 ‘믹’은 뉴욕에서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한 고객의 경험을 인용해 “바리스타들이 편치 않은 기색을 보였고 매니저에게 전화해 ‘블랙 라이브스 매터’란 고객명을 외쳐야만 하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