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전승훈 기자 jeon@

- (上) 금융 소비 패러다임 전환

출범 앞둔 K뱅크·카카오뱅크
“기존 은행서비스 경계 허물 것”

계좌번호 없이 채팅으로 송금
돈 대신 데이터·게임머니 이자
AI금융비서가 최적상품 추천도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다양한 상품을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는 이동식 예금을 선보이겠다. 기존 은행권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상품이 될 것이다.” (안효조 K뱅크 대표)

“핀테크의 가장 큰 특징은 경계의 종말이다. 이자는 항상 현금으로 받았던 고정관념을 깨고 ‘내 맘대로 선택하는 이자’를 만들겠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를 열게 될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올 하반기 출범을 앞두고 밝힌 인터넷전문은행의 구상이다.

키워드는 ‘보더리스(Borderless·경계 없는)’다. 온·오프라인 경계는 물론 업계 간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의 영역을 파괴하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들을 예고하고 있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Fintech·금융과 IT의 융합)’의 종합체”라며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들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금융 환경을 충격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無) 점포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 점포가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회원이 38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플랫폼 활용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친구와 채팅하듯 계좌번호 없이도 상대방에게 돈을 보내고, 몇 번의 터치만으로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K뱅크 역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플랫폼으로 하되 인터넷TV(IPTV)를 더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주주사인 GS리테일, KT, 우리은행 등의 채널을 동원한다. 스마트 기기는 물론 전국 1만여 곳의 편의점과 7000여 개의 우리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활용해 오프라인에서도 접근성이 높은 ‘우리동네 은행’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은행이 문이 닫는 퇴근 후나 주말에도 편의점에 방문해 ATM을 통해 본인 인증, 계좌 개설, 대출,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비(非) 현금이자 ‘디지털 이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현금 대신 음원, 게임머니, 통신 데이터, 음성통화, 포인트 등으로 이자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내 맘대로 선택하는 이자’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예금에 따른 이자가 8530원이라고 하자. 소비자들은 이 이자를 현금으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멜론 음악 스트리밍 1년 권(1만 원) △현금 7000원+카카오 이모티콘(3000원) △넷마블 아이템 독점제공(1만 원) △G마켓 무료 배송 쿠폰(1만 원) 등 현금보다 더 많은 디지털 콘텐츠로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종적으로는 주주나 제휴사들의 온라인 포인트를 통합한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 생태계를 구축해 다양한 업종에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이자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K뱅크도 다양한 비금융 혜택으로 이자를 제공한다. 특히 K뱅크는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은 고객을 겨냥해 음성 통화나 LTE 데이터 무료 이용권 등 통신 서비스를 이자로 부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IPTV 서비스인 올레tv를 통한 드라마·영화 등 주문형 비디오(VOD), KT 뮤직 지니의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까지 이자의 범위를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금리 대출 = 인터넷전문은행의 또 다른 핵심 서비스는 기존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쉽지 않은 중간등급(4∼6등급) 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상품이다. 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빅데이터 분석으로 세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면 제2금융권 등에서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이용하는 고객 중 부실 가능성이 낮은 고객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2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손안의 ‘금융 비서’=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각각 ‘금융봇’ ‘오토 PB’라는 이름으로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자산관리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선보일 계획이다. 고소득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PB(Private Banking)가 모든 사람의 손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24시간 고객의 금융 상태를 자동 점검하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예를 들어 결혼을 앞둔 35세 직장인 A 씨는 꿈에 그리는 강남구의 B 아파트를 사려면 언제쯤 충분한 자금을 모을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받을 수 있다. 당장 결혼자금과 전셋집 마련을 위해 최대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은 무엇인지도 추천받을 수 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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