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 ‘풀꽃’은 최근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된’ 시다. 짧은 길이에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깊고 따뜻해 사랑받았고, 특히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스치듯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면 큰일 난다／ 나만 그렇다’ ‘흠칫 보아야 예쁘다／ 대충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만 그렇다’ ‘자세히 볼수록 매력적이다／ 언제 보아도 사랑스럽다／ 뒤만 그렇다’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 자주 만나야 사랑스럽다／ 너만 빼놓고’ ‘자세히 봤더니 어려웠다／ 오래 봤더니 더 어려웠다／ 수학문제가 그렇더라’ 등등….

길이와 함축성, 리듬감에서 SNS에 매우 적합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를 변용했다. 연말 건배사에도 단골 메뉴로 올랐다. 심지어 화장품 브랜드로, 과자 봉지의 홍보 문구로 쓰였다.

풀꽃 시리즈의 다른 작품도 간결하고 서정적이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풀꽃 2).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풀꽃 3).

마지막 행에 있는 반전과 울림이 매력적이다. 마치 전통 시조의 종장(終章)처럼 반전과 함께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이를 두고 이숭원(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는 자세히 읽어야 예쁘고 오래 읽어야 사랑스럽다. 인생의 진실, 우주의 진리는 거창한 이론이나 기묘한 논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정하고 고요하게 세상을 바라볼 때 저절로 솟아나는 것임을 그의 시가 깨닫게 한다. 이러한 발견과 터득의 기법은 지구 역사상 어느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다. 나태주 시인만이 이렇게 했다. 이로써 그는 하나님 다음 자리의 창조자가 됐다”고 극찬했다.

쉽고 간명한 시어지만 그의 시에는 새기면 새길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마법’이 있다.

“2002년 교사 시절 처음 풀꽃을 썼어요.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풀꽃 그림을 너무 성의 없이 그려서 자세히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 너희들도 그렇다. 이렇게 쏟아낸 말을 다 거두어 종이에 정리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저는 그러죠. 풀꽃은 아이들이 내게 준 선물이라고….”

풀꽃을 비롯해 ‘행복’ ‘선물’ ‘멀리서 빈다’ ‘시’ 등은 시인이 꼽은 주요 시다. 역시 시인 특유의 정감이 흘러넘친다. 물론 독자들에게 선택받았기 때문에 더 따뜻하게 빛나는 것 같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