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북대가 캠퍼스 수목원이 있는 건지산 편백나무 숲을 둘레길로 조성, 개방했다. 둘레길에는 고적한 정자 한편에 연꽃 가득한 연못이 있어,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북대 제공

- 전북대 11㎞ ‘명품 둘레길’

南정문옆 힐링숲 야생화 가득
故 최명희 기념 혼불문학공원
‘수생생물의 寶庫’ 오송지 손짓
의대 뒤편엔 숲 속 작은도서관

덕진공원 근처 학군단 부지에
한옥형 국제컨벤션센터 짓기로

전북 전주 건지산(乾止山)의 능선, ‘쭉∼쭉’ 뻗은 편백 나무 숲길을 따라 10여분 걷다 보니, 어느새 숲이 감춰놓았던 연꽃 연못이 반긴다. 숲에서 뿜어나온 피톤치드의 독특한 향에 도심의 찌든때를 벗겼는데, 이번엔 넓은 호수에 가슴이 뻥 뚫린다.

전주에서도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감춰진 비원(秘苑), 오송지(五松池)다. 건지산은 전북대 캠퍼스 뒷산이다. 전북대가 시민을 위해 ‘명품 둘레길’ 11.4㎞를 조성했다. 건지산의 숨겨 놓은 보물 ‘오송제 연못’도 둘레길 일부 구간으로 포함돼 있다.

전북대는 여의도 면적(839만6210㎡) 세배에 가까운 2393만7000㎡(725만3636평·2400㏊)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전북 부안 직소폭포 인근 연습림(1970만㎡)이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지만, 전주 본교 캠퍼스도 건지산 학술림(學術林·133만7000㎡)을 포함해 부지만 292만㎡(84만5000평)로 시민에게 도심 공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북대는 지난 2009년부터 캠퍼스 주변 오래된 담장을 없애고, 캠퍼스 외곽을 따라 정문에서 덕진공원까지 산책로를 만들어 둘레길 조성에 나섰다. 둘레길 시작점인 남쪽 정문 옆 힐링숲은 허브식물과 야생화로 정원을 조성했고 예술대학 학생들의 예술작품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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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 쪽에는 전북대 모교 출신으로 소설 ‘혼불’의 작가 고 최명희를 기념하는 혼불문학공원, 늦가을 정취를 살리는 단풍나무 숲길, 편백 나무 숲길을 통해 수생생물의 보고 오송지와 이어진다. 동문 쪽 의과대학 뒤편에는 숲 속 작은도서관이 있다. 전주시가 조성한 이 도서관은 50㎡(15평) 규모로 2000여 권의 책을 소장하고 숲 속에서 독서가 가능하도록 했다.

전북대는 또 정문을 한옥형으로 짓고, 덕진공원 옆 학군단 터에 200억 원을 들여 한옥형 국제컨벤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건지산 주능선은 해발 99m에 불과하지만 도심에 위치한 데다 편백과 단풍 숲이 울창할 뿐만 아니라 ‘오송지’라는 연못까지 품고 있어 창덕궁 후원인 ‘비원(秘苑)’에 비유되기도 한다. 건지산 오솔길을 10여 분 이상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비밀의 정원이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도 취임 초기부터 대학 주변의 이 같은 풍부한 생태·경관 자원을 활용해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캠퍼스 둘레길로 꾸미겠다고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도심 숲으로 접근성이 뛰어나 명품 둘레길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전주 세계 소리문화의 전당, 전주동물원, 덕진체련공원, 조경단(肇慶壇·전주이씨의 시조 이한의 묘소), 어린이회관, 덕진공원 등 공공 체육 문화 예술 관련 시설뿐만 아니라 대지·연화 마을 등 자연 마을까지 품고 있다.

전북대는 지역 주민들이 캠퍼스 수목원 등 둘레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현재 4차선 도로로 단절된 덕진공원과 건지산 연결 교량 건설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숲 속 영화제 △숲 속 강의실 △숲 속 유치원 △숲 속 도서관 △맞춤형 산림 치유시설 등을 조성,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계획도 세웠다.

전북대 관계자는 “건지산 학술림을 ‘전북대 캠퍼스 수목원’으로 개명한 것은 이곳의 생태·경관 자원을 활용해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캠퍼스 둘레길로 조성하겠다는 대학의 의지”라며 “캠퍼스 둘레길을 통해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민들과 호흡하는 열린 캠퍼스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주=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