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프랑스 꺾고 유로2016 챔피언 등극

포르투갈이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유로 2016에서 역대 메이저대회(월드컵, 유로) 무관의 한을 씻었다. 포르투갈이 자랑하는 월드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는 메이저 6전 7기의 기쁨을 안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포르투갈은 11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4분 터진 에데르(29·릴)의 결승골에 힘입어 개최국인 프랑스를 1-0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포르투갈은 1975년 이후 프랑스전 10연패의 사슬을 끊었고 무려 41년 만에 프랑스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반면 프랑스는 1984년과 2000년 이후 16년 만에 노렸던 유로 3번째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포르투갈은 2004년 자국에서 열린 유로 2004의 준우승이 유로 본선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이었다. 당시 19세로 막내였던 호날두는 12년이 지난 지금 주장 완장을 차고 포르투갈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로써 호날두는 메이저대회 무관의 제왕이란 꼬리표를 떼게 됐다. 그의 라이벌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9·FC 바르셀로나)가 지난달 열린 남미축구선수권 코파 아메리카 2016 결승전에서 칠레에 패해 메이저대회 무관의 설움을 곱씹은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호날두는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와 유로 2016에서 모두 우승,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수여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에 바짝 다가섰다.

포르투갈은 초반부터 위기로 내몰렸다. 기둥인 호날두가 쓰러졌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전반 7분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잡다 프랑스 디미트리 파예(29·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와 충돌하며 왼쪽 무릎 안쪽을 부딪혀 넘어졌다. 호날두는 무릎을 쩔뚝이며 고통을 참았지만, 전반 16분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호날두의 뺨으로 굵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압박 붕대를 칭칭 동여매고 다시 볼을 쫓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전반 22분 스스로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낸 뒤 주저앉았고, 들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들것에 누운 호날두는 눈물을 쏟았고, 포르투갈 팬과 프랑스 팬들은 기립박수로 그의 열정에 화답했다.

주장 완장을 루이스 나니(30·발렌시아)에게 내줬지만, 호날두는 벤치에서 열렬한 응원전을 펼치며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에데르는 우승 직후 “호날두가 내게 결승골을 넣을 것이라고 ‘예언’했다”며 “호날두는 내게 힘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고 공을 호날두에게 돌렸다. 호날두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더니 그라운드에 누워 생애 최고의 기쁨을 표현했다. 메이저대회 7차례(월드컵 3회, 유로 대회 4회)만에 맛본 달콤한 우승이다.

포르투갈 페르난도 산토스(62)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로 팽팽하던 균형이 깨졌다. 산토스 감독은 후반 33분 에데르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벤치멤버 에데르는 연장 후반 4분 천금 같은 결승골을 넣었다. 프랑스리그 소속인 에데르는 수비수를 따돌리고 페널티 아크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홈팀 프랑스를 무너뜨렸다.

1분 전 심판의 오심이 분위기를 바꿨다. 에데르의 손이 공에 닿았으나 심판은 프랑스 로랑 코시엘니(31·아스널)의 핸드볼 반칙을 선언했고, 키커 하파엘 게레이루(23·도르트문트)의 직접 프리킥이 골대를 강타했다. 포르투갈은 사기가 올랐고 프랑스는 오심에 흔들려 결승골을 내줬다.

호날두는 “클럽 소속으로 여러 차례(19회) 우승했지만 국가대표로선 그렇지 못했다”며 “포르투갈은 그동안 희생과 인고의 시간을 보냈기에 우승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호날두는 “대표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건 나의 꿈이었다”며 “드디어 꿈을 이뤘고 신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호날두는 족집게 예언에 대해선 “오랫동안 축구를 해왔기에 느낌이라는 게 있다”며 “에데르가 결승전에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