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백남준의 1994년 작품 ‘노매드’ 앞에서 미술품 컬렉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 ‘세계 100대 컬렉터’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

“이우환 위작논란 이해안돼”
40여년간 3700여점 수집
특유의 ‘촉’ 유망작가 선별

“시장 좌판에서 팔리는 물건도 아니고 어떻게 경로를 모르는 작품을 진품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해가 안 돼요.”

6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만난 김창일(65) 아라리오 회장은 세계적인 컬렉터답게 최근 미술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이우환 화백의 위작 논란에 관심을 보였다. 김 회장의 발언은 이 화백이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작품의 판매나 유통 경로를 묻는 질문에 “당시 화랑에 그림을 가져다줬다가 돈도 못 받고 사라진 것도 많다. 알지 못한다”고 한 대목을 염두에 둔 것 같았다. 김 회장은 최근 세계적인 권위의 미술 매체인 아트넷(Artnet)이 선정한 세계 100대 컬렉터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40여 년에 걸쳐 3700점을 수집했다.

“1980년대 운보 선생님 작품을 속칭 ‘나카마(중개인)’에게서 6점 산 적이 있었어요. 지인이 본 후 ‘이상하다’고 말해 감정해 보니 가짜였어요. 그 이후로는 운보 선생님 그림은 선생님을 직접 찾아뵙고 구입했죠. 저는 기본적으로 가짜, 진짜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봐요. 특히 경로가 입증되지 않으면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는 거죠.”

미술품 구입에 있어 김 회장의 ‘촉’은 ‘유망 작가 선별’에 있어서도 빛을 발한다. 특히 영국의 데이미언 허스트, 마크 퀸, 트레이시 에민, 앤터니 곰리와 같은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이나 바스키아, 키스 해링과 같은 팝아트 작가들의 경우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인 1990년대 일찌감치 가능성을 알아봤다.

김 회장은 그 같은 자신의 안목에 대해 “작가의 명성에 기대기보다는 많은 작품을 감상하며 길러진 ‘고유의 직관’에 소장자가 누구였는지, 어떤 전시에 걸렸었는지 등의 유통경로를 확인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회장은 데이미언 허스트는 물론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 신디 셔먼, 백남준 등의 유명 작품을 비롯해 중국과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 신진작가들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서울은 물론 제주, 상하이(上海) 등지에 미술관과 화랑을 운영 중이다.

김 회장의 본업은 사업가다. 1978년 대학 졸업 직후 어머니로부터 천안 고속버스터미널 사업을 물려받아 적자이던 터미널 사업을 흑자로 전환하며 수완을 발휘했다. 충남 천안에 신세계백화점, 영화관, 아라리오갤러리 등이 입점한 7만6000㎡ 규모의 복합공간 ‘아라리오 스몰시티’가 김 회장 소유다. 그는 사업가와 컬렉터에 만족하지 않고 ‘씨 킴’(Ci. Kim)이라는 예명으로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내년 5월 예정인 개인전을 위해 요즘 작업실이 있는 제주도에서 1년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