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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신격호·신동빈 출국금지

횡령·배임 증거 상당 확보한 듯
이인원·황각규 등 측근 수사뒤
늦어도 내달 檢 소환조사 할듯

롯데그룹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신격호(94) 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신 씨 부자의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 정도 진척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형인 신동주(62)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아예 일본으로 갈 수 없도록 한 것은 검찰의 칼날 끝이 어느 지점을 겨냥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최근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가속도를 내왔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를 압수 수색한 뒤 이인원 정책본부 부회장 등 정책본부 핵심 임원진과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출국 금지했지만 신 씨 부자는 경영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출국 금지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신 씨 부자는 수천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이 여러 계열사에서 급여·배당금 명목으로 받은 매달 300억 원의 자금에도 일부 불법적인 흐름의 자금이 섞여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자금 조성에도 이들이 적극 관여하거나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출국금지 조치는 검찰이 일단 두 사람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단서나 물증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7월 중순부터 계열사 대표-정책본부 임원 등 측근 그룹-신동빈 회장 순으로 잇단 소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신 회장에 대한 출국 금지를 통해 만일에 발생할 돌발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포석도 있다. 향후 최측근들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계열사의 횡령·배임 및 비자금 조성 과정에 신동빈 회장이 연루된 정황이 확인될 것을 감안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7일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된 이후 신 씨 부자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은 검찰이 이들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롯데케미칼이 검찰의 자료 제출 요청에 불응하고 일부 계열사에서 증거 인멸 정황이 포착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자 신동빈 회장을 직접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6월에도 신동주 회장 측의 요구로 소집된 일본 롯데 홀딩스의 주주총회에 신 회장이 참석했고, 신동주 회장 측이 계속 주총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내려진 출국 금지 조치에 비춰 신 회장에 대한 소환은 늦어도 8월 중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