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는 가족여행에 가장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비행시간도 3시간 정도로 짧고 물가도 싸며, 무엇보다 리조트가 잘 꾸며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이보다 훌륭한 곳이 없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세부에서 꼭 다이빙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 역시 다이빙을 배운 뒤 휴가가 나오면 필리핀으로 향하는데 그곳의 바다는 겉보다 속이 훨씬 눈부시다. 들어가 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숨어 있다.

세부에서 2시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면 보홀이라는 섬이 나온다. 그곳에는 발리카삭이라는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데, 이곳뿐 아니라 거북이를 볼 수 있는 다이빙 포인트와 조류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어 다이빙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 보고 싶어 하는 섬이다. 다이빙을 배우고 싶다면 꼭 보홀에서 배울 것을 추천한다. 저렴한 것은 물론 아름다운 다이빙 포인트에서 한국인 강사에게 배울 수 있고, 친절한 현지 스태프들이 즐거운 다이빙을 위해 많은 것을 도와주니 말이다. 비단 다이빙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보홀은 보라카이만큼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광객이 많이 몰리지 않아 조용하고 깨끗하며 리조트 시설도 좋다.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투어나 초콜릿 힐, 안경원숭이 등 볼거리도 많아 짧은 여행을 떠나려는 여행객들에게 큰 만족을 줄 것이다.

지난해 처음 보홀에서 다이빙을 해본 나는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처음엔 물속에서 입으로만 숨 쉬는 일이 쉽지 않을 듯했고 TV에서만 본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는 일이 두려웠지만 전문 강사에게 교육을 받고, 함께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간 순간 생각지 못한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스크를 통해 들이마시는 공기는 시원했고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떠 있는 몸은 자유로웠으며 눈앞에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던 물고기들이 지나가기도 하고 ‘잭피시’처럼 떼를 지어 나타나는 물고기들이 발밑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이 모든 두려움을 떨쳐내기에 충분했다. 시야가 너무 좋아 마치 파란 하늘에 물고기와 산호초들이 있고 나는 그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면 거대한 물고기는 물론 난파선도 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 바닷속에 가라앉은 배는 멀리서 봤을 때는 두려울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마치 물고기들의 호텔 같았다. 많은 종류의 물고기가 배 주변에 몰려 먹이를 먹거나 숨어 있었다. 아름답고 신비한 그 주변을 구경하다 공기가 소모되는 줄도 모를 지경이었다. 난파선처럼 거대한 볼거리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거북이와의 만남이었다. 신기하게도 사람이 곁에 와도 먹이를 먹는 데만 신경 쓰고 도망가지 않는 거북이도 있었는데 바로 눈앞에서 바다거북과 사진을 찍고 함께 유영한 일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일상에 지쳤다는 생각이 들면 꼭 바닷속으로 여행을 한번 떠나 보시길 권한다. 수많은 소음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떠나 그 어떤 말도 할 필요 없고, 들을 일 없이 오로지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아름다운 바닷속을 유영하는 다이빙은 특별한 힐링 여행이 될 것이다.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