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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의 차오양(朝陽)구 한 지하철역 주변 중국식 만둣국인 훈툰() 식당. 점심시간이 되자 알리바바 직원 네다섯 명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속속 들어왔다.

카운터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는다’며 문 앞의 기계로 가라고 안내한다. 터치를 통해 각자 주문을 한 뒤 휴대전화에 있는 위챗(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의 2차원 바코드(QR코드)를 스캔하니 자동으로 주방으로 주문이 들어갔다.

손님들은 각자 비밀번호를 입력해 결제를 마치고 영수증과 주문증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위챗뿐 아니라 알리페이(쯔푸바오(支付寶)·알리바바가 만든 제3자 결제 시스템)를 스캔하거나 기계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결제해도 된다.

홀의 넓이가 60㎡ 정도에 불과한 분식집 규모의 식당에 설치된 기계가 고가는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들었다. 쓰촨(四川) 지방의 음식을 대중화해 전국적 체인을 가지고 있는 메이저우샤오츠(眉州小吃) 등 식당 체인들은 테이블마다 QR코드를 붙여 스캔을 통해 모바일로 주문·주문과 동시 결제 시스템을 갖춘 곳도 많다. 주문받는 종업원 인건비를 절감하고 카운터도 필요가 없다. 각자 휴대전화로 주문하니 더치페이가 된다.

규모가 크거나 덜 현대화한 식당은 어떨까. 최근 중국 친구들과 함께 베이징 중심 후통(胡同) 안에 있는 다소 오래된 허름한 라오베이징(老北京·베이징 본토) 음식점에 갔다.

양고기 꼬치와 취두부 볶음, 쇠고기 내장 볶음, 중국식 왕만두 등 각종 음식을 시키고 맥주도 계속 추가했다. 10여 명이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먹는 전형적인 중국식 식당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누가 계산한 것인지 아무 말이 없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식사를 같이 한 사람들이 들어 있는 단체 위챗 방에 ‘AA 결제’가 올라왔다. 클릭하자 저녁 식사 가격이 사람 수 만큼으로 나뉘어 자동 결제됐다.

중국에서는 더치페이를 ‘AA즈(制)’라고 부른다. 위챗 메뉴에는 중국식 세뱃돈인 훙바오(紅包) 메뉴 옆에 ‘AA로 돈 받기’라는 메뉴가 있어 위챗방에서 훙바오를 뿌리는 방법의 역방법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개인 간에 위챗으로 송금하기, 쯔푸바오로 송금하기 등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도 더치페이를 하는 손쉬운 방법들이 많다. 기존의 카드 결제, 현금 등을 합치면 금방 생각할 수 있는 방법도 열 가지에 이른다.

최근 직장인 사이에 더치페이가 늘어나면서 카드를 들고 각자 계산하려는 손님들과 이를 불편해하는 업주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졌다는 한국의 언론 보도를 보니 ‘핀테크(Fintech·기술금융)’를 바탕으로 이미 일찌감치 자리 잡은 중국의 더치페이 방법이 떠올랐다. 신용카드 대국이 된 뒤 다음 단계로의 발전이 더딘 한국과 현금 사용 위주에서 신용카드 보편화 단계를 건너뛰어 핀테크 대국이 된 중국의 모습이 대비되는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