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전문가 분석

“亞 재균형정책 수정 불가피
미사일 사거리 논의도 확산”

브렉시트 여파로 유럽연합이 분열되고 미국 내에서 신고립주의가 확산될 경우 장기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에서 한·미 동맹 강화와 자주국방 확대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브렉시트 결정으로 향후 경제·안보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주요국 간 협력·경쟁 공존, 테러 위협 확산으로 불안정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북아 내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이견과 영향력 경쟁 등 갈등 요소가 점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29일 워싱턴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만약 (역내)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한국과 일본처럼 선진화된 나라들은 핵무기 보유를 추진할 것”이라고 동북아 핵확산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외교안보전문가들은 영국에 이어 미국 등 신고립주의 파고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한·미동맹 역시 균열과 파열음이 생기고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과 한·미 간의 약속인 미사일 사거리 확대 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안보전문가들은 대영제국 분열과 체코 등 유럽연합 내 분열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아시아재균형정책에 수정을 가해 유럽의 안보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등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미 동맹과 동북아 안보지형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의 분열 과정에서 동아시아 안보와 한반도 안보는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유럽에 훨씬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으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는 전 세계가 국가이익을 중시하면서 신고립주의가 심화될 것”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 전망이 어두워지고 중국의 부상은 훨씬 빠른 속도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향후 주한미군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해 한·미가 공동으로 통제하거나 자체 핵개발을 하는 방안 등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터져 나올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