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40% 이상 차지하면
법안 저지 ‘소수당 독재법’
기한 내 예산안 처리 도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국회 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폭넓게 나오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은 몸싸움이 잦아 이른바 ‘동물국회’라 불린 국회 상황을 막으려 도입됐지만, ‘소수당의 독재’를 가능케 해 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선진화법의 시행으로 국회 내 몸싸움이 사라진 장점도 있는 만큼, 장·단점을 따져 수정할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세균 국회의장은 최근 취임 일성으로 국회 선진화법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선진화법에) 문제점이 있다면 과감하게 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선진화법이 19대 국회에서 몸싸움이나 여야 간 충돌은 막았지만 일하는 국회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는 말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선진화법 시행 이후 국회 내 폭력은 줄었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는 국회’가 되는 것은 실패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부분은 쟁점법안의 경우,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2분의 1이 아닌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점이다. 어느 한 정당이 의석의 40% 이상만 차지하고 있으면 법안 처리를 저지할 수 있어 ‘소수 독재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더라도 본회의 상정까지 최소 330일이 걸려 ‘신속’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으로 엄격히 제한한 것도 꼭 필요한 법안들의 처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실시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역시 의정활동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선진화법으로 인해 ‘동물국회’가 해소됐다는 장점은 있다. 실제 지난 19대 국회에서 무력에 의한 법안 상정 등의 폭력 사태는 없었다. 또 일각에선 여야가 12월 1일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도록 한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 19대 국회에서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여야 합의로 처리된 것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