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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등 17곳중 15곳이
감사원이나 해당 지자체 출신

‘개방형 임용’ 법률 규정 악용
‘무늬만 민간인’ 퇴직자 챙기기

전국 17개 시·도의 공공감사(監査) 최고책임자 10명 중 9명은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상급 감독기관을 퇴직한 ‘관(官)피아’들로 나타났다.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라는 ‘개방형 직제’ 인사규정을 무늬만 민간인인 전직 공무원으로 교묘히 회피한 셈이다. 또 대다수 지자체의 감사기구는 부단체장 직속으로 돼 있어 단체장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데 근본적 제약이 따른다는 진단도 나왔다. 사실상 광역지자체의 감사기능이 유명무실한 것이다.

1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자치단체 자체 감사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부산·대전 등 17개 광역지자체 중 15곳이 퇴직 공무원을 감사 최고책임자로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대전 등 10곳은 해당 지자체의 전직 간부를, 서울·경기·전북은 감사원 출신을, 인천·광주는 지자체 돈줄을 쥐고 있는 행정자치부 출신을 감사 책임자로 두고 있었다.

감사 책임자는 조직의 비위를 사전 예방·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조직 내 이해관계와 무관한 외부인이 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제8조)은 ‘자체 감사기구를 두는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감사기구의 장을 개방형 직위로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들은 외부 민간인 감사로 독립성을 갖추라는 법 취지를 어기고, 한 식구였던 퇴직공무원을 위한 ‘낙하산 자리 만들기’ 근거로 악용한 것이다.

감사기구 자체의 독립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감사기구가 단체장 직속의 합의제 행정기구로 된 지자체는 서울·광주·충남·세종·제주 등 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2개 기관은 모두 부단체장 직속기구로 조직돼 있었다. 상급자인 단체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부단체장이 투명·공정한 감사결과를 내놓기 어려운 구조다. 입법조사처는 “감사 업무는 단체장까지도 대상에 포함하는데, 부단체장 소속 감사기구의 경우 감사를 통해 획득된 정보가 바로 단체장에게 보고되지 못하거나 부단체장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단체장 견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감사 인력이 조직에 걸맞은 규모보다 훨씬 적은 점도 지적됐다. 서울과 부산, 충남을 제외한 14개 지자체는 자체 판단 적정 감사인력수에도 미달한 인력을 보유 중이었다. 일례로 감사대상 인원수 4857명인 세종시의 감사인력은 20명으로 적정인력 38명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